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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전염성 자산 폭락' 왜 되풀이되나

기사등록 : 2014-01-2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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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외형 확장, 채권 위주 투자 등 주요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자산 가격 폭락이 지속되자 신흥국 정부가 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터키 중앙은행이 긴급 회의를 열고 금리인상을 검토할 예정이고, 아르헨티나는 달러화 매입 규모를 월간 2000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신흥국 중앙은행에 금리를 인상할 것을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이번 시장 패닉의 요인으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경기 둔화 리스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투자심리가 냉각될 때마다 신흥국의 도미노식 자산 가격 하락이 거듭 반복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직원이 주가 모니터를 살피고 있다. <사진: AP/뉴시스>
피델리티의 도미닉 로시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이머징마켓의 동반 급락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상황과 오버랩된다”며 “옛날 영화를 반복해서 보듯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과거 위기 상황보다 개선됐지만 외풍에 대한 면역시스템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평가다.

해외 자금이 직접투자보다 채권을 통해 이머징마켓으로 유입된 측면이 크고, 지수상장펀드(ETF)와 같은 유동성이 높은 금융상품의 대중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과거 위기를 거치는 사이 이머징마켓의 외환보유액이 대폭 늘어났고, 금융시스템의 유연성이 높아졌지만 투자자들의 행동에는 변화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골드만 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대표는 “신흥국의 인프라가 향상됐고, 재무건전성과 신용등급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어느 한 곳에서 공격적인 매도가 나올 경우 이머징마켓 전반에 대해 ‘팔자’로 일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우호적일 때 투자자들은 국가별로 펀더멘털을 평가해 차별화된 투자 판단을 내리지만 악재가 불거지면 상대적인 평가나 차별화가 종적을 감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제조업이나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및 기업 인수합병(M&A), 주식 및 채권을 통한 이머징마켓 자금 유입이 7조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JP 모간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의 채권 시가총액은 10조달러에 달했고, 뮤추얼펀드 시장 조사 업체인 리퍼에 따르면 과거 10년간 채권 및 주식시장으로 순유입된 해외 자금 규모가 4120억달러로 나타났다.

지난주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해외 자금이 25억달러로 집계된 가운데 ETF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올들어 발생한 순유출은 41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드 베레의 톰 엘리어트 투자 전략가는 “최근 몇 년간 ETF가 핫머니 유입의 주요 창구로 역할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자금 썰물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2010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머징마켓의 회사채 발행 규모도 최근 패닉 매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채 펀드에서 자금을 뺄 경우 펀드는 대규모로 회사채를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브노아 앤 전략가는 “이머징마켓의 매도 공세가 전역으로 확산됐다”며 “닥치는 대로 팔고 보자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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