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터키와 남아공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이머징마켓의 혼란에 제동을 걸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은행의 대응에 강한 반전을 이루며 아시아 거래에서 상승 탄력을 보였던 터키 리라화와 남아공 랜드화는 뉴욕외환시장에서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례 없는 금리인상이 하루짜리 호재로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과격한 긴축이 중앙은행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대응도, 효과적인 카드도 아니라는 평가다.
29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리라화는 달러화에 대해 금리인상 이전 수준으로 밀렸다. 금리인상 발표 후 1달러 당 2.20리라 아래로 밀렸던 환율은 2.70리라에 근접했다.
남아공의 랜드화도 마찬가지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랜드화는 장 초반 달러에 대해 2% 이상 떨어졌다.
금리인상이 해당 통화의 매도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었지만 이들 이머징마켓에 필요한 해외 자본 유입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핌코의 프란세스 발셀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터키는 매일 해외 자금 유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리라화를 매입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금리인상이 아니라 경상수지 적자에 대규모 부채를 줄이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금리인상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긴축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GAM의 폴 맥나마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터키와 남아공의 금리인상이 이머징마켓 전반에 호재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가 동반 금리인상에 나설 여지도 높지 않다”며 “이번 금리인상이 두 신흥국의 국내 경제에 대단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이 통화가치의 상승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머징마켓의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파장이 작았던 유로존까지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클레이스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상승하면 유로존까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러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이머징마켓도 위험 지대로 돌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BK 애셋 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매니징 디렉터는 “문제는 이머징마켓의 ‘미니 위기’가 선진국 금융시장까지 총체적인 위기로 번질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