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이 극심한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제조업 지표 악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예기치 못한 평가절하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 ‘팔자’가 두드러졌다.
(출처:AP/뉴시스) |
30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이달 이머징마켓 관련 ETF에서 7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이탈했다. 이는 ETF가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이는 지난해 순유출 총액인 90억달러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머징마켓 ETF는 2012년까지 10년간 1100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으나 지난해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팔자’로 반전했다.
최근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에 관련 ETF의 자산은 대폭 줄어들었다. 아이셰어 MSCI 이머징마켓 ETF의 자산이 연초 이후 11% 급감했다. 뱅가드의 FTSE 이머징마켓 ETF에서는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19억달러가 순유출, 2005년 상품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 이달 빠져나갔다.
갬코 인베스터스의 호워드 워드 최고투자책임자는 “투기적인 자금이 상당기간에 걸쳐 이머징마켓을 헤집고 다녔다”며 “성장이 둔화되는 한편 인플레이션 문제가 부상하면서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머징마켓의 위기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무관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값싼 유동성이 장기간 밀물을 이룬 만큼 부양책 축소의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판단이다.
CF 글로벌 트레이딩의 줄리안 리머 브로커는 “최근 상황은 명백한 쇼크”라며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머징마켓의 공격적인 매도가 촉발된 이후 러시아의 루블화가 3.1% 하락, 24개 이머징마켓 통화 가운데 가장 커다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3일 루블화는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내리꽂혔다.
남아공의 루블화가 지난 23일 기준 2.7% 떨어지면서 5년래 최저치를 나타냈고, 터키 리라화도 지난 27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템플턴 이머징마켓 그룹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당분간 미국 증시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며 “하지만 이머징마켓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GDP 대비 부채 비율도 낮은 만큼 유동성이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