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부 투자가들의 금리 인하 기대와 달리 기존의 통화정책을 유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회의 결과는 별다른 특색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다.
회의 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 역시 경기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모두 동원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을 뿐 새로운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는 진단 역시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밋밋해 보이는 드라니 총재의 발언 속에서도 시선이 끌리는 포인트가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 혼란에 대해 드라기 총재는 상당한 경계감을 내비쳤다. 자산 시장 급락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자세로 일관한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연준과 달리 드라기 총재는 이머징마켓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유로존은 물론이고 나아가 전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이머징마켓과 정책 공조를 취해야 한다는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동향과 관련, 드라기 총재는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와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적신호가 아닌 청신호로 해석한 것.
그는 0.7%에 그친 1월 인플레이션은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이 낮은 데 따른 것으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해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차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한 가지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부분은 드라기 총재가 자산 매입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점이다.
매번 회의 때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발언을 되풀이한 그는 이날 공개시장에서의 국채 매입이 한 가지 카드로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매입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변화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다. 일부 업계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모면하기 위해 미국식 양적완화(QE)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가들은 ECB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내달 회의에 기준금리를 기존의 0.25%에서 0.10%로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베렌버그 뱅크의 크리스틴 슐츠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저조한 흐름을 지속하는 한 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물가가 2016년까지 목표 수준을 크게 밑돌 것이라는 데 정책자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추가 부양을 실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