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부채위기의 진원지인 이른바 주변국의 국채 수익률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가 1년물 국채를 12일(현지시각) 금융위기 이전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하는 등 부채위기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일부에서는 유동성 공급과 금리인하 등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른바 ‘소방수’를 자처한 데 따른 결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ECB의 속내는 국채 수익률의 추가 하락을 반기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주변국의 국채 수익률이 내림세를 지속, 위기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회원국 국채에 대해 차별화된 평가를 내리지 않을 경우 재정 상황이 여전히 취약한 주변국 정부가 구조적인 개혁에 적극 나서지 않을 여지를 높인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3.66%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200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탈리아 뿐 아니라 포르투갈과 스페인, 아일랜드, 심지어 그리스까지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2012년 여름 이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거듭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결과다.
문제는 주변국 국채 가격에서 이른바 태환 리스크가 대부분 삭제됐다는 점이다. 특정 회원국이 재정 부실로 인해 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때 유로존 탈퇴를 선언할 리스크를 국채 가격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단기물 국채의 경우 주변국 국채 수익률이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주변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해 마이너스 스프레드가 발생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한 주변국 정부가 펀더멘털 회복에 반드시 필요한 개혁에 나서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우존스의 칼럼니스트인 앨런 매티치는 주변국 국채 수익률이 드라기 총재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각 회원국의 개별적인 투자 리스크가 적정 수준으로 국채 가격에 반영되도록 하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주변국 디폴트 리스크를 독일 납세자들이 언제까지나 막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