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상승하는 가운데 중국이 가장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이 국채 수익률이 상승 흐름을 탈 여지가 높은 데다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통제 강화와 변동성 확대를 동반한 위안화 상승이 맞물릴 경우 대규모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 중국을 강타할 것이라는 얘기다.
가뜩이나 태양열 업체 상하이 차오르 태양에너지과학기술유한공사의 회사채 디폴트로 신용시장 리스크가 높아진 가운데 중국 금융시장이 구조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을 필두로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채권 펀드에서 1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유출액인 140억달러에 바짝 근접한 수치다.
최근 5년 사이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이머징마켓의 채권으로 밀려든 자금은 2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가 청산될 경우 그만큼 충격이 클 것이라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까지 이머징마켓에 유입된 해외 투자 자금은 5조달러에 달했다. 5년 전에 비해 2조달러 늘어난 수치다.
투자자들은 유로화와 달러화 등 이른바 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이들 이머징마켓 채권에 투자, 고수익률을 올렸다.
롬바드 오디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살만 아메드 전략가는 “캐리 트레이드는 일종의 렌트와 같은 것으로, 특정 시점에 상환해야 하는 빚이나 마찬가지”라며 “최근 캐리 트레이드는 장기물 회사채에 집중돼 있어 리스크가 더욱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환율과 신용 및 채권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된 만큼 캐리 트레이드가 보다 고위험 거래로 기울었다는 얘기다.
특히 이머징마켓의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서 반등하기 시작한 만큼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중국 은행궈 기업이 지난해 발행한 외화 표시 회사채 규모는 9월말 기준 655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5년 사이 5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 중국의 국내 채권시장 규모는 9조3000억위안(1조5000억달러)을 기록했다. 하지만 민간 신용시장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홍콩 소재 중국 은행의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홍콩의 GDP 대비 148%로 2007년 17%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회사채인 이른바 딤섬본드의 규모는 최근 3년 사이 6000억위안을 넘어섰다.
BOA-메릴린치는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중국 신용시장의 리스크가 부상한 만큼 회사채 롤오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T. 로우 프라이스의 제프 칼리노스키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중국 정부가 투기 거래의 뿌리를 뽑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