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수출 제조기업들에게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온기가 서서히 전해지고 있다. 위안화 강세국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던 중국 수출기업들은 최근 위안화 약세 반전으로 대외 수출활동에 있어 환율상승(위안화가치 하락)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입고 있다.
그래픽: 송유미 기자. |
중국 외환전문가들과 매체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예상보다 장기화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다만 은행간 실시간 외화 결제를 하는 중소 수출기업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1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올 2월 18일부터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월 마지막주 위안화 가치 하락폭은 0.89%에 달해, 환율개혁이래 주간기준으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이 외환거래센터를 통해 고시하는 위안화 환율중간가(위안화 환율)는 이번주 들어 계속 상승세(위안화 가치 하락)를 보였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0일 6.1312위안, 11일 6.1327위안, 12일 6.1343위안으로 이번주들어 3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수출업에 종사하는 장(張)씨는 제일재경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수출기업에게 환율 시장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위안화 강세로 위기에 몰린 일부 수출업체는 생존을 위해 내수 사업으로 전환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초만 해도 1달러를 현금으로 바꾸면 6.3위안정도 했는데, 위안화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작년에는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현금이 6.04위안으로 줄어 매월 순수익이 5만위안(약 870만원)으로 축소됐다고 소개했다. 장씨는 월간 수출규모 20만 달러(약 2억원)에 달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보름여 사이에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수출기업에게 다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돈이 6.1위안으로 다소 올라, 인건비과 원자재비 등 비용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공장 영업 수익이 올랐다는 것. 1개월간 장씨는 위안화 약세로 2만 위안(약 248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위안화 약세로 큰 수익이 발생한 것은 아니나, 위기에 몰렸던 수출 기업이 한 숨 돌리게 됐다며 장씨와 같은 중국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안도감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중국의 상당수 수출기업의 수익률이 떨어질데로 떨어진 상황이라, 일부 업체는 경영 한계에 달해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면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 대부분이 적자 상황에 처해있으며, 수출세금환급에 기대 겨우겨우 파산을 모면하고 있는 기업이 부지기수라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부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중국 업체는 아직까지 위안화 약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전(深圳)의 한 디지털 셋톱박스 생산업체 관계자는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해 쓰고 있지만 대부분 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이번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수출 업계 관계자들은 식량을 비롯한 100% 원자재 수출기업이 위안화 약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와 완구 등 수출기업도 대체로 국내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라 위안화 약세로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출 업계에서는 위안화 약세로 중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살아날 것은 분명하나, 위안화가 약세를 멈추고 다시 강세로 돌아서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 해외 바이어들이 상품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의 요구에 따라 상품 가격을 낮춰준 후에 위안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다면 더 큰 손해를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대폭 떨어진 주 요인으로 미국 양적완화(QE) 퇴출과 이에 따른 국제자금의 미국시장 환류, 중국 수출입 무역액 감소 등을 들면서, 향후 위안화 전망에 대해서는 언제 약세를 멈출지 여전히 미지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향후 몇 개월간은 지속될 것이라며, 자오칭밍(趙慶明) 등 금융전문가는 최근 달러 강세가 위안화 약세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부진한 수출 경기를 만회하려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라,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위안화 약세를 계기로 수출 기업이 회생 기회를 맞이했지만, 한편으로는 환율에 기대어 생존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수출기업의 질적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기업에 양날의 칼과 같다. 노동집약형 수출 기업에게 위안화 약세가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지만, 상당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기업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수출기업은 공장 자동화 수준을 끌어올려 인력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등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상품 연구개발에 주력해 수출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중에는 전기 전자 기계업종 가운데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현지 오더가 늘어나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