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열기가 뜨겁다. 새로운 수익원에 목마른 증권사와 저금리 하에서 높은 수익률을 찾아 헤매는 고액자산가의 수요가 일치한 결과다.
게다가 정부규제로 기업어음(CP) 발행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전단채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단채 누적 발행액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전단채 제도 도입 후 1년여 만에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이다.
기존 CP의 경우 분할양도가 불가능해 거래가 매우 불편했다. 100억원으로 발행되면 통째로 거래된다. 반면 전단채는 1억2000만원, 2억6000만원 등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개인의 투자상황에 맞게 거래가 가능하다.
전자단기사채 발행추이 <자료=예탁결제원> |
AB전단채의 인기가 높은 것은 3개월 미만의 만기로 발행되는 경우 증권신고서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또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하기 때문에 신용등급도 높은 축에 속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전단채 인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붙어 누적발행액이 100조원을 돌파했다"며 "만기가 3개월 아래면 증권신고서가 면제돼 건설사 PF쪽에서 활발하게 발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소구매단위가 1억원인데 법인들의 경우 10억원 단위로 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단채의 영향으로 장기CP 발행은 감소추세다. 지난해 1월에서 5월까지 만기 1년 이상 장기CP가 28조5000억원이 발행됐으나 5월 장기CP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부여되면서 6월부터 12월까지 장기CP 발행액은 2조3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전단채의 발행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CP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전단채로 옮겨가고 있다"며 "CP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AB전단채에 개인들이 투자하는 경우 매입약정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상 '발행 주체 건설사 등급이 2단계 이상 떨어지지 않는 한 증권사에서 보증을 해 주겠다'란 조항이 들어가므로 해당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크게 움직이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매 기초자산이나 딜(Deal)의 세부 계약서 문구들을 확인하고 상품의 신용을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료=KDB대우증권,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종이가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금융상품이다. 전자단기사채 형태라는 점을 제외하면 발행방식은 기존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동일하다.
자산보유자인 기업이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자산을 양도하면 SPC는 자신의 명의로 ABSTB를 발행해, 조달대금을 기업에 대출한다. 시행사에 대한 대출금리는 8~9%로 높지만 ABSTB 금리는 3~4%다. 이 이자마진을 발행주간사인 증권사가 수익으로 챙기는 형태다.
대신 발행 과정에서 증권사는 신용보강을 추가하면서 리스크를 떠안는다. 통상 ABSTB를 발행하는 건설사 PF의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신용보강 없이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SPC는 3년 만기로 시행사에 대출을 해 주면서 자금 조달은 3개월 정도의 짧은 만기로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때 매입약정이나 매입확약을 투자자와 체결한다. 예컨대 첫번째 투자자와 계약을 하면서 '두번째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첫번째 투자자의 손해가 예상되는 경우(차환실패) 증권사가 대신 ABSTB를 매입한다'는 유동성 공여를 약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증권사가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수수료를 챙기고 투자자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확보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ABSTB의 유동화계획을 세울 때 매입약정 등을 포함시키는데 형태는 다양하다"며 "예컨대 건설사 부도시에 지급을 대행해 준다든가 증권사가 반드시 사준다든가, 또는 은행이 일정 범위 내에서 자금을 공급한다든가 하는 조항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자료=KDB대우증권>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