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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 진짜 암덩어리는 '소득 불균형'

기사등록 : 2014-03-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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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도 소득불균형 해소 연구 '한창'.."재분배가 성장 안 해친다"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요즘 전 세계 경제인 화두는 단연 소득 불균형(Income Inequality)이다.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들만 외치는 말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도 소득 불균형, 불평등 심화가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환율이나 국제수지 관리하고 이게 잘 안되는 나라에 돈놀이나 하는 듯 알았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어 의아할 지경이다.

소득 불균형은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으면서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냈고, 성장과 복지를 상충하는 가치로 봤던 시각은 오류라는 판정이 내려지고 있는 중이다. 아서 오쿤이 그런 주장을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분배가 평등하게 이뤄지면 일하려 하지도, 투자하려 하지도 않기 때문에 재분배는 많은 비용만 소요되는 '밑빠진 독(leaky bucket)'에 불과하다는 것.

쿠즈네츠 가설(Kuznets Hypothesis)은 경제 개발 초기, 즉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는 단계엔 소득 불균형의 정도가 크더라도 성장이 이뤄진 뒤엔 분배 기능을 통해 불균형 상태가 바로잡혀진다는 것인데, 이 역시 그럴싸 해 보이지만 사회복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면 고소득층도 그 수혜를 듬뿍 받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상대적 발탈감은 심해지고 있어 이상적인 이론일 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외신을 보면 과장을 섞어 하루라도 소득 불균형, 불평등, 양극화 문제가 거론되지 않는 날이 없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일하고 있는 점원. 오바마 대통령은 초과근무 수당 기준을 높이는 것을 검토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했다.재계에선 비용 증가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출처=블룸버그)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밀어부쳤다. 우선 연방정부에서 고용하고 있는 계약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대통령 직권인 '행정명령'을 통해 올렸고, 오바마 행정부는 시간당 7.25달러로 2009년부터 동결하고 있는 최저임금을 오는 2015~2016년엔 이렇게 인상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 나아가 노동부에 초과근무 수당 인상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재는 주 40시간 이상을 근무할 경우 주급 455달러 미만의 근로자들에게만 초과근무 수당이 지급되도록 정해져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야당과 재계의 반발이 예상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도 '행정명령'이란 강수를 둘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기업들의 이익은 폭증했고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또한 2009년 6월 경기침체(recession)이 종료된 이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기업들의 이익은 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임금은 정체되고 있다. 임금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당연히 줄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근로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2.6%였는데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초과근무 수당 등을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대비,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서 무기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하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IMF도 올들어 불균형과 관련된 연구 보고서를 계속 내놓고 있다. <재정 정책과 소득 불균형(Fiscal Policy and Income Inequality)> <재분배, 불균형, 성장(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 등의 보고서는 "소득의 재분배가 성장을 크게 해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은 균등의 기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간에 저소득층을 개선시키기 위한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고 심지어 이를 위한 소득세 인상, 부자세 강화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소득 불평등과 불균형 문제에 천착해 온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출처=가디언)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소득 재분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평등을 완화해야 경제 성장도 담보될 수 있다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무더기로 살포해도 경제의 혈맥이 뛰지 않는, 그러니까 돈이 돌지 않는 문제도 이런 구조로 설명이 된다. 이는 사회 불안, 동요로 이어지게 마련. 종국엔 각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미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에선 성장과 그 과실만 강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현 정부 들어 경제 민주화 논의는 실종됐다. 한 때 경제 민주화냐 경기 활성화냐를 대립 개념으로 두고 논쟁을 벌였던 것조차 사라졌다. 복지나 재벌개혁, 분배 같은 단어들은 경제 민주화의 부분 집합이므로 같이 실종되었다.

기업들은 유보 자금을 쌓아두고도 투자하지 않고 가계는 사실 없어서 못쓰는 쪽이 많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발표에서 봤듯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소득 불균형이 빠르게 진행된 나라다.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 사는 것이 벼랑 끝으로 몰려도 사회 안전망 그물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물빠진 갯벌처럼 드러나고 있다.

1980~2010년 가처분 소득 불균형 추이. 빨간 점선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점진적으로 증가세를 보여 왔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
NYT는 또 최근 기사에서 소득 격차가 결국 수명의 차이를 만든다는 내용을 전했다. 메릴랜드대 마이클 리쉬 교수는 "가난은 도둑"이라면서 "가난은 사람의 삶의 기회를 앗아갈 뿐 아니라 한 생애에서 몇 년을 가져가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육체적으로도 지속되는 스트레스와 긴장이 부담이 되며 흡연과 과식 등으로 건강을 해칠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진짜 '암덩어리'는 이런 소득 불균형 구조다. 수술할 수 있을 때 빨리 집도해야 한다. 개복해도 다시 닫아야 할 순간이 올까봐 걱정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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