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조달러에 달한 정크본드 시장이 더 이상 몸집을 불리기 힘들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월가 공룡 투자자들이 출구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정크본드의 가격과 밸류에이션이 한계 수위까지 상승했고, 이 때문에 사소한 실수가 커다란 손실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신화/뉴시스) |
1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월가의 채권 구루로 통하는 제프리 건들라흐 더블라인 캐피탈 회장이 정크본드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이 밖에 월가의 기관투자자들이 연이어 정크본드의 투자 리스크를 경고하는 한편 비중 축소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이미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CCC 등급의 달러화 표시 채권의 수익률은 9.7%까지 떨어졌다. 이는 과거 10년 평균치에 비해 3.7%포인트 낮은 수치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이 지속되는 데다 중국 기업의 회사채 연쇄 부도 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정크본드의 비중을 축소해야 할 때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건들라흐 회장은 “치약의 튜브를 마지막까지 쥐어 짠 상황”이라며 “금리 리스크가 유동성으로 가려져 있을 뿐 손실 여지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금 유입이 둔화되면서 정크본드의 손실이 본격화될 때 매수 세력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08년 말 이후 정크본드 시장은 148%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 연준을 포함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이 빚은 결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1조달러를 밑돌았던 글로벌 정크본드 시장 규모는 최근 1조9700억달러로 불어났다.
연준의 테이퍼링과 2015년으로 점쳐지는 긴축이 정크본드 시장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더블라인 캐피탈은 자산 규모 18억달러의 코어 채권펀드의 투기등급 채권 비중을 지난달 말 기준 3%로 축소했다. 이는 평균 10%로 설정한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건들라흐 회장은 앞으로 4~5년간 정크본드 시장의 활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5월 연준이 테이퍼링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실제 자산 매입을 줄이고 나서자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코틀랜드 위도우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십의 스티브 로건 하이일드 본드 헤드 역시 “정크본드의 밸류에이션이 정점”이라며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