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월가 종사자들의 주머니가 다시 두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살찐 고양이(Fat cat)'라며 탐욕의 화신으로 지목했던 이들의 살이 더 붙은 걸 금융시장의 활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좋은 징조로 봐야 할까, 아니면 탐욕이 부활하고 이로 인해 불평등한 소득 구조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까.
많이 챙겨가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던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올해 보수가 30% 가량 삭감된다고 한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실적이 악화되면 깎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라도 십수억원씩은 챙겨갈 수는 있다.
◇월가 종사자 작년 1.7억원 벌어..금융위기 이후 최고
월가 종사자들은 탐욕스럽게 이익을 추구했고 이 때문에 금융위기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을 `살찐 고양이`로 지칭했다.(출처=PBS) |
보너스 총액은 267억달러(약 28조원).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일을 잘 했으면 많이 받아가도 상관없다. 하지만 지난해 월가 돈벌이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월가가 올린 이익은 167억달러로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뉴욕주 감사관실이 발표한 이 보너스 금액은 소득세 낸 것을 보고 추정한 것으로 여기엔 스톡옵션이나 다른 보상은 포함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더 챙겨간 몫이 많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월가 임직원들이 받은 돈을 합하면 평균 36만700달러에 달한다.
◇5%가 22% 챙겨가는 구조..소득 불평등 문제 '여전'
월가 대형 금융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도 막대했다.
지난해 2300만달러를 받아 다시 `연봉왕`에 오른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출처=더 타임스) |
2007년 7000만달러까지 받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34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한 해 전에 비해 제자리 수준. 순익은 8% 늘었고 주가는 39% 상승했다.
제임스 다이먼 JP모간CEO의 2011년 연봉은 파생상품 투자 실패, 이른바 '런던고래 사태'로 인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지만 지난해엔 많이 만회돼 2위에 올랐다. 200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2012년 '연봉왕'이었던 존 스텀프 웰스파고 CEO의 연봉은 1930만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모기지 리파이낸싱이 줄어들면서 회사 실적이 악화된 것이 반영됐다. 제임스 고먼 모간스탠리 CEO는 아직 회사측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64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뉴욕주 일자리 가운데 월가 종사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챙겨가는 돈은 22%에 달하니 확실히 경제적으로 '효율'이 높다.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는 것에 반대해 벌어졌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장면(출처=가디언) |
여전히 소득 불평등, 빈부 격차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빌 드 블라지오 새 뉴욕 시장은 소득 불평등, 특히 금융 산업과 다른 산업간의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을 정도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월가 임직원들이 받은 보너스는 현재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 110만명에게 줄 돈을 배로 올려 줄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주 정부 차원에선 월가의 보너스 규모가 늘어난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세수가 늘어나고 있는 건 긍정적이긴 하다. 토마스 P.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관은 "월가는 우리 시와 주에 있어 핵심적인 경제 지표이자 엔진"이라고 밝혔다.
보상 컨설팅업체 존슨 어소시에이츠의 앨런 존슨 매니징 디렉터도 "CEO들의 연봉이 늘어나고 있는 건 투자은행들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