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부동산 경기 냉각 조짐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높은 부동산개발업체의 연쇄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매체와 업계 전문가들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부동산 냉각기류가 다른 도시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산둥(山東)성 부동산 상장 기업인 루상즈예(魯商置業)을 비롯, 시짱청터우(西藏城投) 등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부도 우려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앞서 부동산업계에서는 저장성 닝보(寧波)시 중소 부동산 개발업체 싱룬즈예(興潤置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바 있다. 거래급감과 가격하락등 부동산 경기가 뚜렷한 냉각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부동산 업계의 자금난과 부채 위기는 최근 A주 상장사 부동산 업체로 까지 번지고 있다.
24일 북경상보(北京商報)는 싱룬즈예 등 지방 부동산 업체가 도산하면서 부채비율이 높고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상장 기업들이 중국 부동산 시장에 리스크를 가져 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최근 부동산시장 냉각 조짐속에 부동산 개발 업체를 중심으로 기업 부도우려가 커지자 리파이낸싱(증자) 허용을 통해 신용경색 예방 조치를 취하고 나섰지만 자금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싱룬즈예의 디폴트 사태는 개별적인 사안이지만,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부동산 가격 하락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발생한 사태라 중국 전체 부동산 시장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13년 영업실적이 공개된 부동산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이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데이터 전문 제공업체인 퉁화순(同花順)에 따르면 21일까지 2013년 영업실적이 공개된 48개 부동산 상장사의 지난 1년간 평균 자산부채율이 64.4%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부동산 상장사의 평균 자산부채율은 62.3%였다.
그 중에서도 루상즈예, 시짱청터우(西藏城投), 디마구펀(迪馬股份), 다강구펀(大港股份), 저장광샤(浙江廣廈), 궈싱디찬(國興地產) 등 6개 상장사의 부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둥(山東)성 부동산 상장사인 루상즈예의 자산부채율이 무려 92.58%에 달해 디폴트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48개 부동산 상장사의 순현금흐름액은 마이너스(-) 89억4200만 위안으로, 48개 상장사 가운데 56%인 27개 상장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동산 상장사 부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급락세의 시발점인 항저우 부동산 시장에서 또 다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항저우에서 인구 밀집도가 높은 경제 중심지인 샤오산구(蕭山區)의 고급 아파트 '카이위안밍쥔(開元明郡)'의 가격이 최대 평방미터(㎡)당 2700위안(약 47만원) 하락한 것.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카이위안밍쥔의 재고 주택 가격이 ㎡당 최저 1600위안에서 최고 2700위안까지 떨어져, 평균 판매가격이 1만2500위안/㎡까지 내려갔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의 기존 판매 가격은 ㎡당 1만5000위안이었다.
지난 2월말 항저우의 고급아파트인 더신베이하이파크(德信北海公园)와 톈훙·샹셰리(天鴻·香榭里)에 이어 또 다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출현하면서 항저우의 부동산 위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3월은 전통적인 부동산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업체들이 이처럼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는 이유는 거래량이 지속적인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월달 항저우의 분양주택 거래량은 903채로 1월보다 60%넘게 급감했다. 3월 첫째 둘째 주(2일~15일) 거래량은 843채로 일일평균 거래량이 60채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2013년 3월 3일~16일) 거래량 1832채에 비하면 절반 이상이 줄어든 수치다.
중국 평안(平安)증권은 "경기 불황이 구매력과 투자자들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무역과 제조업이 주요 산업인 저장성과 장쑤(江蘇)성은 최근 몇 년새 경제가 지속적인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항저우의 공업부가가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8.0%로 2010년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항저우 산업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 구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부 인구 유입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3년 항저우 부동산 거래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2012년보다 4%가 증가했지만, 최근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서 항저우 상주인구와 외지인구 사이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2013년 상주인구와 외지인구 수 격차는 177만8000명으로 2012년보다 1만9000명이 줄어들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저장성에서 경제력이 높은 원저우(溫州)와 타이저우(台州) 지역 주민이 항저우 부동산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이 지역 경기도 신통치 않아 항저우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고 소개했다.
항저우 인근의 장쑤성 창저우(常州) 부동산도 덩달아 하락세를 나타내 눈길을 끈다. 홍콩 부동산 업체 워프홀딩스(九龍倉 Wharf Holdings)의 창저우 고급 아파트 녠화리(年華里)도 지난 일주일새 판매가가 ㎡당 1500위안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워프홀딩스가 가격을 낮춘 이유는 창저우 부동산 시장 재고량이 많은데다, 개발업체들이 판매 부진으로 자금회수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