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금융위기 이후 미국기업들의 자사주매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한 상위 자사주매입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IT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투자가 중요한 IT기업들이 오히려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26일(현지시각) S&P다우존스지수에 따르면 S&P500 상장기업 중 지난 5년간 자사주매입 규모가 250억달러를 넘어선 기업은 총 13곳이다. 이중 과반이 넘는 7곳이 IT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자사주매입이 250억달러를 넘은 기업들의 목록. 13곳 중 7곳이 IT기업이다. [자료 : S&P다우존스지수, WSJ 재인용] |
IBM은 5년 동안 총 637억달러(약 68조3182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해 IT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전체 기업 중에서도 엑슨모빌(919억달러)을 제외하면 IBM를 넘어선 기업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BM은 이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993년 기준 IBM의 총 주식수는 23억주였는데 현재는 11억주로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흐름대로 자사주 매입이 지속될 경우 2034년이면 IBM의 매매주식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반면 IBM의 연구개발(R&D) 관련 자본지출은 최근 10년간 100억달러~110억달러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바클레이즈 벤 라이츠 연구원은 지난 1월 WSJ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는 IBM 자신만이 알 것"이라며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5년간 총 375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애플은 지난 2012년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음에도 전체 규모가 벌써 300억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시스코, 휴렛-팩커드(HP), 인텔이 250억~300억달러 사이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전체 주식주를 줄여 주당 순익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해당 주주들에게는 보유주식의 가치 상승으로 기분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용도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비판의 여지도 많다. R&D 투자나 고용창출,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S&P 다우존스지수의 호워드 실버블라트 연구원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주주환원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들 기업과는 반대 행보를 걸은 IT기업도 있다. 아마존닷컴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자본지출이 14배로 늘었으며 R&D투자는 5배나 증가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