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영수·곽도흔 기자] "시장이 살아나면 세금도 더 많이 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지금 시장이 다 죽었는데 세수 확보가 어려운 건 당연하죠."
국내 한 증권사 영업담당 임원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불만과 하소연은 금융투자사의 업종과 규모를 막론하고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시장이 죽었다는 얘기인데, 이제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마저 희박한 상황이다.
◆ 선물·옵션거래 '반토막'…주식거래도 급감
실제로 주식거래대금은 2012년 1196조원에서 지난해 986조원으로 17.6%나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2012년 대비 17.6% 줄었고 코스닥 시장은 14.8% 줄었다.
파생시장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12년 파생시장 규제를 도입하면서 2011년까지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파생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지난해 세계 11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료: 한국거래소) |
파생결합증권인 주식워런트증권(ELW)은 정부 규제로 시장이 죽어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투기를 잡겠다'며 LP호가 제한, 발행횟수 제한 조치 이후 거래대금이 90% 이상 급감하며 사실상 시장의 기능이 상실됐다.
업계에서는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집에 불을 지른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맞춤형으로 사후적인 규제를 해야 하는데, 업계 전반에 포괄적·사전적 규제를 강화하니 시장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사들의 수익구조도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파생상품을 통해 수익비중이 큰 금융사일수록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주식거래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파생상품을 통한 수익비중이 커졌는데, 최근 시장이 위축되면서 금융투자사들의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 "정부, 현실 모르고 세수확보만 집착"
하지만 정부는 시장을 살리기보다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탁상행정만 몰두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살리면 그만큼 세수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자본시장 규제완화에는 소극적인 태로를 보이고 있다.
(자료: 기획재정부) |
국세 수입이 감소한 것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시작된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2013년 상반기까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거래대금 감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3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000억원 줄었다. 예산 대비로는 1조 5000억원(32.2%)나 급감한 것이다(도표 참조).
그러나 정부는 규제를 풀어줘도 부족한 상황에서 파생상품 과세를 통해 사실상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주식거래세의 부족분을 파생상품시장에서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 참석해 "소득있는 곳에 세금도 있다는 과세원칙에 따라 파생금융 상품 과세, 금융용역 과세 확대 등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입장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거래세가 아닌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금융상품에 과세를 강화한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융투자업계 "시장원리 모르는 탁상행정"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에는 거래세를 매기고 파생상품에는 양도세를 매기는 것은 시장의 원리를 모르는 탁상행정이며, 지극히 과세편의주의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시장의 핵심기능은 헤지 차익거래인데 현 상황에서 양도세를 부과한다면 자칫 메커니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과연 현 상황에서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를 통해 실질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정부가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우선 시장을 살려놓고 거래 활성화를 통해 세수 확대를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시장이 죽어있기 때문에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가 우선"이라며 "증권거래세가 감면될 경우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어 중장기적으로는 세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곽도흔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