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기업 연쇄 디폴트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중국 은행권이 부실 여신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의 소지가 높은 여신을 축소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인다는 것.
문제는 은행권이 새롭게 도입한 부실 여신 매각이 실상 자회사로 떠넘기는 것일 뿐 잠재 폭탄을 제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
27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이 부실 여신 매각에 본격 나섰다. 거래 상대방은 자회사인 투자은행 부문. 결국 잠재 부실이 그룹 내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행의 투자은행 부문은 문제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이를 구조화 증권으로 가공한 뒤 높은 가격에 매각, 차익을 올린다는 계산이다.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IB)이 금융위기 이전 동원했던 기법과 흡사하다.
중국은행이 계열사에 부실 여신을 매각하는 것은 대차대조표에서 여신 규모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문제의 채권을 그룹 외부 금융회사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중국 대형은행도 마찬가지다. 공상은행과 농업은행, 건설은행 등 4대 은행에 속하는 나머지 3개 은행도 이 같은 방법으로 부실 여신을 털어낼 움직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부실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랴오 창 애널리스트는 “이론적으로는 중국은행이 부실 여신을 털어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오히려 부실이 증폭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중국 은행권의 대차대조표 및 재무건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높은 가운데 최근 새로운 기법으로 등장한 부실 여신 매각은 일종의 위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계심을 더욱 높인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농업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104억위안(17억달러) 규모로 여신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전년 116억위안에서 줄어든 것이다.
중국은행 역시 부실 여신을 2012년 말 105억위안에서 지난해 말 81억위안으로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주요 은행의 부실 여신 처리가 미봉책에 불과한 데다 기업 디폴트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재무건전성 전망이 여전히 잿빛이다.
이날 모간 스탠리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중국 기업의 디폴트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토르 호트 채권 리서치 헤드는 “기업 디폴트율이 상승할 여지가 매우 높다”며 “성장 둔화와 금융권 유동성 경색 및 금리 상승 등 전반적인 여건이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