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가 마무리된 가운데 실상 커다란 리스크가 미국이 아닌 유럽에 잠재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권의 재무건전성 개선과 외형 축소가 이뤄지고 있지만 유럽에 맞물린 자산이 여전히 상당 규모에 이르고, EU가 추진중인 단일감독시스템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신화/뉴시스) |
유럽의 부실은행을 질서있게 처리하기 위한 방안인 이른바 단일정리체제(SRM)에 대해 지난주 EU가 큰 틀에서의 합의를 도출한 가운데 이에 따른 파장이 유럽 뿐 아니라 미국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시스템 측면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금융회사로 분류되는 미국 은행이 유럽 은행권에 노출된 자금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 은행의 파생상품 포트폴리오 가운데 상당 규모가 유럽의 자회사나 지점 장부에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리스크 헤지와 함께 세금과 자본 규제 등을 회피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BIS의 수치에 집계되는 않는 자금과 자산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주장이다.
미국과 유럽 은행권의 깊은 연결고리를 감안할 때 EU가 추진중인 단일정리체제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감독당국이 유럽과 긴밀한 협조를 이루고 있지만 예정대로 내년 1월 단일정리체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유럽에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영향력이 제한될 공산이 크다.
반면 단일정리체제가 걸음마 단계인 데다 550억유로의 자본을 완전히 확보, 제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유럽에서 발생하는 미국 은행 자회사나 지점의 부실에 대해서는 미국 본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유럽 내 미국 은행이 파산할 때 법적 절차 상 미국이 아닌 유럽의 파산법을 따라야 하지만 유럽 감독당국이 미국 FDIC와 어떤 형태로 공조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MRV 어소시어츠의 마이라 로드리게즈 발라데어스 매니징 디렉터는 “유럽 금융권에서 진행되는 사안의 파장이 유럽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미국 금융권의 핵심 리스크는 유럽에 잠재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