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10일 원화 값이 달러당 1035.0원으로 올라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1941.4원을 찍으며 원화가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융시장의 소란이 이날도 계속됐다.
원화 값이 오르면 어김없이 떨어지는 전차(電車)주는 전날 하락을 이어갔다. 10시20분 현재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1.64%, 기아차 1.86% 내렸고 삼성전자는 하락으로 출발했다가 0.25% 올라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는 2000포인트를 뚫었고 코스닥 역시 555포인트까지 상승하며 우리 증시는 환율이 호재인 모양새다. 외국인이 우리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유입시키면서 환율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 "외화, 연초 이후 한국시장서 유출된 만큼 유입될 것"
신흥국 통화가치가 1월을 저점으로 3.5% 상승하며 금융위기 수준까지 도달하는 등 환율하락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외국인은 2002년과 2009년 신흥시장의 통화가치 하락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는 어김없이 신흥국 투자를 늘렸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경기지표 호조,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 완화, 중국 추가 경기부양 기대, 위험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안정 등을 고려하면 연초 이후 한국시장에서 유출됐던 만큼의 외국인자금 유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현재 환차익과 증시에서 시세 차익 등 두 가지 유혹을 받고 있다. 달러화 강세 압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IMF보고서도 우리나라 펀더멘털을 의심하지 않아,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할 확률이 커 환차익을 노린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 또 우리 증시에서 IT와 자동차를 주로 매수했던 외국인이 전날에는 철강과 통신으로까지 확대한 것은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해석도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의 직접적인 트리거는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둔화에 기인한 것으로, 환율뿐만 아니라 밸류에이션 측면을 고려해도 외국인의 매수세는 좀 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 바이 코리아 보기 어렵다”
단기적인 환율 하락만으로 ‘바이 코리아(Buy Korea)’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 회복 분위기는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으로 신흥국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관점이 바뀔 만큼 경기상황이 ‘획기적’으로 나아졌다는 증거도 부족하다.
게다가 일본은 추가양적 완화와 엔화약세 유도 외에는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이 없는 처지다. 중국 경제 불안이 싹 가신 것도 아니다.
박형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시장에 유입된 외화 중 일부는 위안화 약세로 중국에서 이탈한 자금으로 추정된다”면서 “단기적으로 원화강세를 빌미로 외국인 자금이 추가 유입될 수 있으나 한국경제를 충분히 신뢰하고 유입되는 것인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을 따르면 ‘통화가치 상승->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맹신, 증시에서 외국인 추격 매수에는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원화강세 수혜주로는 음식료, 철강, 유틸리티, 여행업종이 꼽힌다. 대부분 원재료를 수입하기 때문에 비용이 줄어드는 데다 외화부채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IT, 자동차 산업에는 부정적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