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의 접근이 차단된 러시아 기업과 금융권에 유동성 경색 조짐이 뚜렷하다.
서방의 제재가 지속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투자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러시아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진 것으로 진단하고, 제재가 지속될 경우 해외 자본 이탈로 인해 연쇄 디폴트와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우크라이나와 대치 상황이 불거진 이후 러시아의 민간 기업은 글로벌 금융시장 접근이 전면적으로 차단된 상황이다.
신규 자금 조달은 물론이고 기존 회사채의 만기 연장과 차환 발행도 막힌 실정이다.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극심한 신용 경색과 연쇄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경고다.
한 러시아 은행가는 15일(현지시각) “최근 6주 사이 러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유로본드의 만기가 연장되거나 차환 발행된 사례가 전무하다”며 “월 평균 100억달러 규모의 만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단스케 은행의 라스 크리스틴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며 “서방이 새로운 제재에 나설 경우 4%에 이르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러시아의 자금 유출은 65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8년 말 리먼 사태 당시 유출 규모인 1350억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스베르뱅크에 따르면 러시아의 해외 부채는 총 427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270억달러가 기업 부채에 해당하고, 금융권과 정부 기관의 부채가 각각 2070억달러와 620억달러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 섹터의 해외 자본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석유업체 로즈네프트는 자금 조달의 90%를 해외 회사채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통 주식수의 약 70%를 보유한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에 빠른 파장이 주가 폭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유동성 경색과 실물경기 침체가 뚜렷해질 경우 주가가 현 수준에서 30%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는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