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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개포동 재건축 단지 '블랙홀' 임대소득 과세

기사등록 : 2014-04-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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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소득 과세 소식 이후 2달 동안 거래 중개 실적 없기도

[뉴스핌=한태희 기자] "매매 계약서를 써본 게 두 달 가까이 됩니다. 지난 3월 2일 써본게 마지막이고. 두 달 동안 전세 계약서도 못 써봤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3단지 현대공인 대표)

"분위기? 안 좋지. 아니 나쁘지. 이대로 가면 가을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꺼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미래공인 대표)

정부가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고 있다.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거둔다는 정부 발표는 재건축 예정 단지에서 모든 호재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 28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4단지 중개업소는 한산했다. 중개사와 30분 가량 얘기 하는 동안 매수자 방문은커녕 문의전화도 없었다. 

주공 1단지 미래공인 대표는 아침에 사무실에 나온 후 종일 기사만 읽고 있다. 아침에 나온 부동산 기사를 샅샅히 읽었다. 사무실에 오는 사람도 없고 전화도 없다. 중개소에 들어갔을 때 그는 세월호 침몰 관련 기사를 읽고 있었다.

"지난 3월부터 이런 분위기야. 지난 2월에도 안 이랬다고. 올 초에 취득세 감면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다해서 좋았잖아. 근데 이게 3월 들어서 사라진 거야." 미래공인 대표의 설명이다.

주공 2단지와 3단지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주공 3단지 현대공인 대표는 지난 3월 2일 이후 두 달 동안 매매 계약서를 쓰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다. 

3단지 양지부동산 대표도 "계약서 써 본 지 오래됐다"며 "단지가 크고 아파트가 많은데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관련 카페와 커뮤니티에 매달 1~2편의 글을 쓰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매주 글을 올리고 있다. 예전보다 바쁘지 않기 때문에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에 밀집한 중개업소


개포주공 1~4단지는 대규모 단지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1단지 5040가구, 2단지 1400가구, 3단지 1160가구, 4단지 2840가구로 총 1만440가구다.

메머드급 단지이지만 거래 실적은 초라하다. 국토부 주택실거래가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주공 1단지는 3가구 거래됐다. 주공 2단지와  3단지는 각각 2가구, 1가구 거래됐다. 지난달 4단지에선 아파트를 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달 거래량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0일까지 4월 한달 동안 개포동에서 68가구가 거래됐다. 지난 1월 거래량(126가구)보다 46% 줄었다.

중개사들은 정부의 오락가락주택 대책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앞에서는 세금을 깍아주고 뒤에서는 세금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현대공인 대표도 이를 지적했다. "취득세 감면하고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했을 때는 좋았지. 임대소득에 세금 내라고 할 줄 알았나. 임대소득에 세금 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오겠어요? 소득이 늘면 건강보험료도 늘고 다 오르는데. 나 같아도 안 사지." 주공 1단지 삼성공인 관계자는 "악착 같이 소득공제 받는데 세금 더 내라고 하면 좋아 할 사람이 어디있겠냐"고 되물었다.

이곳에선 정부의 어떤 대책도 통하지 않고 있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를 폐지해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도, 소형 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한다는 규제 완화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없었다. 임대소득 과세는 '블랙홀'이 돼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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