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벤치마크 금리가 미국에 대한 상대적인 매력을 상실했지만 유로화 강세가 지속돼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이변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디플레이션 리스크 통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이후 5월8일 사이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1.7% 상승해 2년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ECB가 6월 부양책 시행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라 유로화가 최근 5주간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탄탄한 저항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로화의 강세 흐름은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미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상실한 가운데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4% 선으로, 미국에 비해 1.2%포인트 낮은 상황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물 수익률은 3%를 하회, 미국과의 거리를 크게 좁혔다.
이와 관련, 미츠비시 UFJ 증권의 브렌던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가 국채 수익률과 탈동조 현상을 보이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사건”이라며 “유로화를 끌어올리는 것은 유로존의 하이일드 채권으로 밀려드는 투자 자금”이라고 말했다.
공동통화존이 출범한 후 15년간 금리와 통화 등락의 연결고리가 이처럼 깨진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주변국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BBVA의 피터 프랭크 선진 10개 통화 헤드는 “국채 수익률 하락에도 유로화가 상승하는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유로존의 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주변국 국채를 중심으로 유로존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유로화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ECB의 물가 통제가 유로화 강세로 인해 난항에 부딪혔다는 사실이다. 부양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이달 회의에서 마침내 유로화 강세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내달 ECB의 부양책 시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진 만큼 금리와 유로화의 엇박자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힘이 실리고 있다.
BBVA는 유로/달러가 3분기 말까지 1.34달러 선으로 하락, 유로화가 상당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57명의 전략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전문가들은 유로/달러 환율이 1.34달러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울리히 루트만 외환 전략 헤드는 “내달 회의에서 ECB는 단순히 기준금리 인하 외에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을 취해야 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는 첫 걸음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양적완화(QE)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