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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노믹스가 이끄는 인도경제 미래는…라잔 유임?

기사등록 : 2014-05-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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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판 '레이건-볼커' 가능성 기대

[뉴스핌=주명호 기자] 하위계층 출신 차(茶)상인이 최대 정치명문가를 제치고 인도인의 선택을 받았다. 구라자트주 경제성장을 이끈 나렌드라 모디가 차기 총리직에 오르면서 그의 이름을 딴 친시장 정책 '모디노믹스(Modinomics)'가 주저앉은 인도 경제를 다시금 일으켜 세울지 관심이다.  

나렌드라 모디 차기 인도 총리 지명자. [사진 : AP/뉴시스]

이전 맘모한 싱 정부의 실정과 총선 전후로 조사된 모디의 높은 지지율을 볼 때 이번 정권 교체는 사실 예상치 못했던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도 모디의 당선 가능성 여부보다는 모디 정권의 차후 행보가 인도 경제 방향을 판가름 짓는 주된 변수가 될 것으로 지목해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와의 관계 설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간 유기적인 공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디와 라잔은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불협화음 우려가 제기돼 왔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를 원하는 모디와 인도국민당(BJP)과 달리 물가와 통화안정을 중시하는 라잔은 연속적인 금리인상으로 긴축정책을 추친해온 까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새정부, 라잔 총리 내쫓을까?'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놓은 바 있다. 다른 외신들도 모디 정부와 라잔과의 충돌 가능성을 연이어 조명했다.

◆ 라잔 해임은 가능성 낮아…정책 압박은 '별개' 

일단 라잔의 해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라잔이 지닌 경제학자로서 국제적 명성을 고려하면 성향에 관계 없이 총재직을 유지시키는 것이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라잔이 아직 취임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과, 과거 새정부가 RBI 총재를 곧바로 교체한 전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라잔이 총재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근거로 제시된다. 새정부 수립 후 곧바로 RBI 총재가 바뀐 경우는 1977년과 1990년 단 두 차례밖에 없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사진 : AP/뉴시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정책 압박,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은 클 것이란 예상이다. BJP는 이전부터 라잔의 금리인상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BJP에서 재무를 담당하는 피유쉬 고얄은 지난 2월 인도매체 이코노믹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라잔의 정책이 오히려 고물가 및 다른 문제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인도의 높은 물가 문제는 쉽사리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대비 8.59% 올라 2월 8.03%, 3월 8.31%에 이어 오름폭을 확대하는 추세다. RBI는 내년 1월까지 CPI 8%를 목표로 잡고 있다.

RBI의 기준금리 발표는 다음 달 2일 예정돼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이를 앞두고 모디 정부가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상반된 성향이 '약' 될 수도…인도판 '레이건-볼커' 기대

라잔 또한 압박에 순순히 굴복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지난 9일 스위스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라잔은 "(새 정부가) 나를 해임할 수는 있지만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모디와 라잔의 상반된 성향이 공존할 경우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모디 정부가 라잔의 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주고 정치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시장 및 무역에 대한 건전한 회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라잔이 있어야 모디의 성향과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다른 인도매체 퍼스트포스트는 모디와 라잔 모두가 인도에 필요하기 때문에 성향에 관계 없이 이 둘이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윈윈 전략'이라고 평했다.

상반된 성향의 국가 수장과 중앙은행 총재의 성공담에는 전례가 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대변되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고성장으로 이끌었다. 반면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으로 10%대의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을 효과적으로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디와 라잔의 성향 및 관계 또한 이 두 사람과 매우 닮아 있다는 분석이다. 가브칼 드라고노믹스의 우디트 시칸드 연구원은 "80년대 미국의 레이건과 볼커처럼 모디와 라잔의 성공적인 연합이 인도 경제의 고성장과 함께 높은 장기 투자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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