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최근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연합이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CNBC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양국의 천연가스 공급 협정 및 국내 통화(위안, 루블) 결제 합의 등으로 달러화의 준비 통화(reserve currency)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21일 러시아와 중국은 30년간 4000억달러(약 410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에 맞서 가스 공급처를 다각화시키겠다는 러시아의 계산이 우선적으로 깔려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곧 위안화와 루블화 간의 직접 통화 거래를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4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AP/뉴시스] |
여기에 러시아 2위 은행인 VTB는 중국은행(Bank of China)와 미국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력 계약을 맺었다. 미국 달러화 거래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가 형성된 것이다. 웨스트쇼어 그룹의 짐 리카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여기에 금 보유를 높이고자 하는 중국의 행보,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불만 등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움직인다고 달러화의 위치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이지만 최근 들어 유로화와 금 등을 통해 외환 보유 비중을 다각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카즈 매니저는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낮출 시 중국의 달러 포지션은 손실을 입지만 유로화 및 금이 이를 상쇄시켜 줄 수 있다"며 중국이 금을 통해 대규모 달러 헤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과 재무부의 저달러 정책도 준비통화로서 달러화의 신뢰감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카즈는 "이런 정책 때문에 지난 1970년말처럼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주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미국과 EU의 제재가 러시아로 하여금 루블화 사용을 늘리게 해 준비통화로 전환이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런던정치경제대학의 경제역사학자 개릭 힐먼 교수는 "러중 간 협약이 국제시장에서 위안화 거래를 촉진시켜 (위안화를) 새로운 준비통화 후보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