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이기며 선전하던 지난해와 달리 기대 이하의 성과가 이어지자 차익 실현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롱숏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44%다. 주식형펀드 성과인 -0.06%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 이상의 성과로 국내주식형펀드(-1.80%)를 크게 웃돌았던 상황과 대비된다.
개별 펀드(제로인 기준)로는 '미래에셋인덱스헤지(주식)'와 'KB코리아롱숏자(주혼)'가 3%대의 수익을 내고 있고 '에셋플러스해피드림투게더자 1[주혼]','대신멀티롱숏자[주혼]'는 2%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반면 '한국투자플렉서블50자 1(주혼-파생)'은 -4%, '신영아이젠60(주혼)'은 -1% 로 부진한 모습이다.
롱숏펀드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롱)하고,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은 차입 후 매도(숏)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다. 롱숏펀드는 지난 몇년간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로 각광받아왔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장세에 갇혀있는 동안 시장보다 양호한 성과를 올려며 여의도의 최대 효자상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연고점을 돌파하며 2000선을 웃돌자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장을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올리면서 자금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모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지난해는 상대적으로 롱숏을 활용하기에 수월한 장세였지만 지금은 순환매(로테이션) 장세로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외국인의 순매수로 삼성전자 관련주들이 많이 오르고 있고 그 외에 종목은 시장을 하회해 종목의 롱숏을 활용하기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최근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롱숏펀드 자금도 이탈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월간 단위로 1000억~4000억대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300억원 가까이 이탈했다.
전문가들은 롱숏펀드 투자자들이 진지하게 환매를 고민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증시가 연고점을 경신한 후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 박스권 장세에서 유리한 롱숏펀드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국내에서 기준금리 인하론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금리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는 롱숏펀드의 기대 수익률을 더 낮춰야 하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이미 롱숏펀드를 통해 일정 부분 수익을 낸 투자자들은 환매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지수가 추가로 상승 추세로 자리를 잡게 되면 손실이 더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롱숏펀드가 중위험·중수익의 성향을 갖춘 만큼 포트폴리오 내 일정 수준을 보유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비오 우리투자증권 펀드 분석 연구원은 "펀드의 위험 지표 가운데 하나인 베타(β)를 줄이고 추가로 알파(α) 수익을 추구하는 '스마트베타형'에 대한 투자자 니즈가 커지고 있다"며 "롱숏펀드의 베타는 0.2 수준으로 또 다른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가치주펀드(0.6~0.7)보다 낮다는 점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베타란 펀드가 시장 수익률 변동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를 나타내는 위험지표다. 즉 베타가 클수록 펀드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부부장은 "작년에 수익률이 이례적으로 잘 나왔기 때문에 올해는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며 "지난해 대비 눈높이를 낮추고 일정 부분은 분산 투자 차원에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