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저성장의 문턱에 있는 한국은 자산관리에서도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뉴스핌은 자산관리가 글로벌화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투자자에게 국제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산운용(GAM: Global Asset Management)에 필요한 포트폴리오 전략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일면적이거나 일회적인 정보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내 유수 금융기관들의 단기(1~6개월), 중기(6개월~1년), 장기(1년 이상)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을 종합해 매월 [뉴스핌GAM]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註]
[뉴스핌=우동환 기자] 지난 9월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세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전체로는 자금 유출세가 다소 가파르게 전개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9월 중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 축소를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채권 시장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연준의 이런 정책 행보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채권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크게 동요했던 신흥 채권 시장에도 18주 만에 자금이 다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채 시장이 활황을 보인 가운데 미국 고수익 채권 발행도 월간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저금리가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기준 시장조사업체 트림탭스에 따르면 9월 들어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서는 총 203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374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출된 8월에 비해 자금 이탈 속도가 둔화된 것이다. 6월 이후로부터 집계하면 총 1384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채권시장으로 자금 유출은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트림탭스의 데이비드 산치 최고경영자는 "지난여름부터 이례적인 채권 환매가 이뤄졌다"면서 "이는 테이퍼링이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준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테이퍼링 관측에 일단 쉼표를 찍으면서 채권 시장에도 안도감이 형성됐다.
지난달 27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를린치의 집계에 따르면 한 주간 글로벌 채권 펀드에 총 45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8주 연속 이어진 자금 유출에서 벗어난 것으로 5개월 만에 가장 강력한 채권 수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9월 FOMC 결과 미국채 금리가 하락한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말 기준 2.61%로 한 달 간 약 0.1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 신흥시장, 17주 연속 자금 이탈 행진 '중단'
연준 출구전략으로 홍역을 치렀던 신흥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오랜만에 자금 유입세를 보였다. 지난달 25일 기준 EPFR의 집계에 따르면 한 주간 신흥국 채권 펀드에는 5억 700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7주간 신흥시장 채권 펀드에서는 총 25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바 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형성된 신흥시장 채권 펀드 전체 자산의 10%에 해당하는 자금이다.
이와 관련해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후퇴한 가운데 글로벌 제조업 업황의 호전으로 수출 중심의 신흥국 경제가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보다 더 적극적인 전망으로 지금이 신흥시장 채권을 매입하기에 적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온라인 금융전문지인 배런스는 신흥국 채권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매수를 권고하고 나섰다.
투자등급 이상의 신흥국 채권을 반영하는 JP모간 신흥시장 본드 지수의 수익률은 6.8% 수준으로 'B'등급 이하의 미국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 6.1%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최근 몇 개월간 지속된 부정적인 뉴스에 기관 투자자들이 개인 투자자들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들은 큰 어려움 없이 채권 발행에 나설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15억 달러 상당의 5.5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을 6.1%의 금리에 발행했는데 상당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JP모간 자산운용의 피에르-이브 바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들 채권은 매력적인 수익률과 함께 투자 다각화라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 9월 선진국 국채 대부분 회복세…신흥국은 '명암'
9월 주요국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선진국 국채 시장은 연준의 정책 결정에 힘입어 대체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벨기에 국채 10년물 금리가 월간으로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랑스와 미국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9월 유럽 국채 시장은 벨기에와 프랑스 국채가 회복세를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는 4개월간 지속됐던 지역 고정 자산 시장의 부진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내년 재정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초반 국채 시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준의 정책 행보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9월 한 달간 약 6.2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선진국 가운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4% 이상 상승하는 등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베를루스 코니 전 총리의 대법원 실형 판결로 이어진 연정 붕괴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흥국에서는 이번 달에도 지역별로 명암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국채 수익률은 9월 한 달 간 8.4%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연준 FOMC 이후 약 12억 달러의 자금이 지역 채권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HSBC 홀딩스의 안드레 드 실바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태국 채권은 아시아 태평양 포트폴리오에서 핵심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이라며 "태국 중앙은행은 아시아에서 다소 저조한 성장세에
도 이완된 통화정책이 정당화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연준 행보로 인해 채권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8월 말레이시아의 수출은 4.7% 증가하면서 1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역 흑자폭 역시 51억 링깃으로 7월 29억 링깃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는 달리 연준의 테이퍼링 관측에 흔들렸던 인도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새롭게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라구람 라잔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위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는 평가다.
◆ 미국 고수익 채권 발행 늘어
9월에도 회사채 시장은 활발히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문업체인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9월 한 달간 미국에서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총 2170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에 기록한 월간 최고치인 1840억 달러보다 18% 늘어난 수준이다.
고수익 채권 발행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S&P 캐피탈 IQ/LCD에 따르면 9월 미국 고수익 채권 발행 규모는 총 476억 5000만 달러로 지난 2012년 9월에 기록한 월간 최고치 468억 달러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고수익 채권 발행 규모는 총 255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30억 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발행 규모는 지난해에 기록한 3460억 달러가 사상 최고치이다.
이 처럼 발행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고수익 채권으로 항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 미국 부채한도 논쟁 회사채에 기회?
연준의 9월 변수가 다소 후퇴한 가운데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정치권의 예산안 및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주목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들은 정치권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 달러표시 회사채가 주식을 웃도는 수익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의 9월 FOMC가 시작됐던 17일 이후 지난 3일까지 미국 회사채 수익률은 약 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P 500지수가 0.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성적표이다.
지난 2011년 8월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협상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당시 투자등급 이상의 채권은 0.13% 이익을 거둔 반면 미국 증시는 약 5.4% 급락한 바 있다.
따라서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주식보다는 채권이 더 양호한 수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RBS의 전략가는 "투자등급 채권은 주식이나 다른 위험자사보다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수익률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셧다운과 디폴트 위기에 취약한 자산이 있다면 그것은 주식"이라고 밝혔다.
◆ 금리 정상화 속도 후퇴 전망
연준의 9월 정책 행보로 주요 투자은행(IB)들의 금리 상승 전망 역시 다소 약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당시 주요 IB들은 올해 4분기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평균 2.82% 수준에 이른 뒤 내년 1분기에는 3.02%, 2분기에는 3.18%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하지만 9월 30일에 집계한 바로는 이들은 올해 4분기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79%에 이른 뒤 1분기 2.92%, 2분기 3.17%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료출처:국제금융센터> |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