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김여사가 먹고 살기 힘들어 집나갔다는 우스개소리가 금융가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자들은 국내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투자처를 찾지 못해 국제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정보 때문에 일면적이거나 일회적인 특징에 혹하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뉴스핌 국제부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특징과 자금흐름의 추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매월 그리고 분기나 반기별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변화를 진단하고 흐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註]
[뉴스핌=우동환 기자] 지난 8월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유출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흥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채권 환매 움직임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신흥시장의 동요에도 아시아 전환사채 발행 시장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지난달 21일 현재 시장조사업체 트림탭스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서는 총 303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148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출된 7월에 비해 한 층 가속화된 자금 이탈 흐름으로 미국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관측에 금리 상승 전망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2.58% 수준을 기록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8월 30일 기준으로 2.78%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
투자자들은 지난달 16일에서 19일 사이에만 무려 106억 달러의 자금을 채권 시장에서 빼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산치 트림탭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채권 펀드를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손실을 보자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림탭스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규모는 지난 199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3번째로 큰 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발표된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강력한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의 출구전략 전망이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관측은 일부 신흥시장에는 자금 유출의 가속화 현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인도는 새로운 금융위기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불안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심하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 신흥시장 위기국 채권자금 이탈.. 멕시코는 순유입
시장조사업체인 EPFR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 한 주간 빠져나간 자금은 총 20억 1000만 달러 규모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14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직전 주에 기록한 13억 달러보다 가파른 이탈 속도이다. 그 앞 주간에는 8억 3400만 달러의 자금이 환매되는 등 유출 속도가 점차 빨라진 모습.
특히 연준의 출구전략 관측에 직격탄을 맞은 인도의 채권 시장에서는 8월 들어 15일간 외국 투자기관들이 총 9억 6200만 달러(589억 4000만 루피)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피화의 가치가 달러에 대해 사상 최저치 부근으로 떨어진 가운데 모호한 세재 정책이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채권 시장 역시 지난 28일 기준 약 9100만 달러(1조 200억루피아)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흥시장에서 옥석을 가리려는 투자자들의 행보도 관측되고 있다.
멕시코 채권 시장의 경우 지난 21일까지 총 1억 829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렌데븐 킹 자산 운용의 나우드 야닉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멕시코는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페소화는 다른 신흥국 통화와는 달리 통제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페소화는 아직은 신흥국 통화로 인식되고 있지만 멕시코의 경제 구조는 갈수록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분기 멕시코 경제는 4년 만에 첫 위축세를 보였지만 향후 경제 전망은 상대적으로 장밋빛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멕시코 경제가 내년 3.38% 성장한 뒤 2015년에는 3.4%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
한편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전환사채 시장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 채권발행 닫히자 전환사채 발행 활발해져
시장조사 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100억 100만 달러 수준으로 1년 전 63억 6000만 달러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시티그룹의 루퍼트 미첼 아시아 담당 수석은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은행들의 대출이 줄었으며 채권 시장은 상황이 악화됐다"면서 "전환사채가 기업들에게 더 매력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전환사채는 만기가 도래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의 전환사채 시장 역시 활황을 보이고 있다.
8월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전환사채는 총 234억 달러 규모로 이미 지난해 발행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지난해 총 발행규모의 3/4에 해당하는 157억 달러와 28억 달러 상당의 전환사채가 각각 발행됐다.
◆ 주요 IB들, 미 금리 정상화 추세 예상
월가 최고 투자전략가들은 미국 10년 금리가 연말까지 3% 부근으로 상승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가 긴축으로 돌아서기 전인 내년 말까지 약 4%가 되는 정상화과정의 진행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저금리를 당분간 지속하겠다고 밝힌 유로존과 영국 그리고 일본의 금리 전망을 대부분 안정화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자료출처: 국제금융센터> |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