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6·4 지방선거에서 단골 메뉴였던 '북풍'이나 '색깔론'이 크게 줄었다. 다만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 폭로 등 네거티브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한 기대했던 정책 대결은 역시나 없었다.
◆ "6·4 지방선거에서는 '북풍' 영향 제한적"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북풍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일 "북풍은 국내 문제에 이슈가 없을 때 며칠 동안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세월호 참사에 모든 말초신경까지 관심이 가 있기 때문에 북한발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는 것이 국내 정치에 일정하게 간섭하는 듯한 것을 사람들도 다 아는 일종의 학습효과도 이유"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오히려 국민들이 '북한이 왜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 드는가. 그런다고 해도 우리는 더이상 현혹되지 않는다'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북한발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2일 북한군이 연평도 근해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 중이던 우리 해군 유도탄고속함 인근에 포탄 2발이 떨어졌으며 이에 우리 군도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은 오히려 "남측의 기만극"이라고 반박·위협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진 바 있다.
그간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대한 국민적 학습효과에 더해 국민적 관심이 세월호 참사로 쏠리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보수진영이 북풍에 편승한 전략을 펴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세월호 사태로 인해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상태기 때문에 북풍으로 시선을 돌려 이 국면을 벗어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강한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북풍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선거에서도 완전히 북풍이 끝날 것이라고 예단하긴 이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직접적인 위협인지 간접적인 위협인지의 차이도 있고 북한에서 여러 형태로 자극을 해올 수 있기 때문에 북풍이 완전히 끝났다고 예단하긴 섣부르다"며 "다만 이번에는 다른 때에 비해 북풍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진 않았지만 앞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감도에 따라 상황은 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비방전 여전…서울 시장후보 '농약 급식' 공방전 등
새누리당 정몽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선거 초반에는 대부분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로 인해 조용한 선거나 네거티브 없는 선거, 정책 선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선거가 막판에 이르면서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 몇몇 후보들이 비방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른바 '농약 급식'으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친환경 무상급식의 아이콘으로 서울시장에 오른 박 시장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자신이 주장하던 '친환경' 급식에 어떻게 농약이 들어갔는지, 얼마나 허술한 관리로 우리 아이들이 농약 급식을 먹게 됐는지 자신의 입으로 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포지티브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박 후보측에서는 이런 문제 제기를 '흑색선전'으로 규정, 반박에 나섰다.
박광온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정몽준 후보가 아직까지도 농약 급식 타령을 하고 있다. 매우 부도덕한 흑색선전 수준"이라며 "황당한 농약 급식 주장을 하면 할수록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의 농민들의 반발로 그 지역 새누리당 후보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새누리당 지도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대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한 새정치연합의 비방전도 진행형이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제주도 땅 투기와 위장전입 의혹과 강남구 논현동 중형 빌라를 부인 명의로 임차한 것 등을 겨냥했다. 그는 "남 후보는 경기도지사 후보인데 가족주소지 형태를 보면 제주도지사 아니면 강남구청장 후보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살기는 주로 강남에 살고, 땅은 제주도에 있으면 경기도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남 후보는 "땅을 처분하려고 내놨지만 매매가 안 되고 있다. 앞으로 분명하게 헌납할 것"이라며 "작은 문제를 갖고 침소봉대하는 네거티브는 사라져야 할 구태 정치"라고 맞받았다.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둘러싼 폭로전도 한창이다.
지난달 31일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딸 희경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후보는 자신의 자녀의 교육에 참여하기는커녕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서 자질이 없다"는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자 고 후보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도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아들과 문용린 후보의 야합에 따른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며 "자녀를 이용해 후보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공작정치에는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2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고 후보가 박태전 회장의 사위였다는 것도 이번에 선거 나와 그 분이 여러 가지 네거티브를 할 때 알게 됐다"며 "그 이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반박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부동층의 지지를 흡수하는 동시에 지지층의 결집도 도모할 수 있다. 지지율이 열세인 후보들이 이 전략을 히든카드로 사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수도 있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라는 평가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공약한 정책들도 네거티브로 인해 뒷전으로 밀렸다.
국민 생활 수준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새누리당은 '행복드림', 새정치연합은 '더·줄·지'(여유를 더해주고, 부담을 줄여주고, 안전을 지켜주는)를 각각 6·4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진흙탕싸움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야는 모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각종 공약을 내놨지만 예산확보 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급조된 정책이 될 우려가 제기된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