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이 택지지구내 공동주택용지 입찰에 자회사를 데리고 참여하는 '벌떼 입찰'이 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와 LH에 이를 금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한 대형 건설사 영업본부 임원의 이야기다.
공사나 지자체가 조성한 택지지구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중견 건설사들이 '독식'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이 대형 건설사들을 제치고 공동주택용지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이른바 '벌떼 입찰' 덕분. 중견 건설사들은 입찰 때마다 자회사와 협력사를 비롯해 5~10곳에 이르는 회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중견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아 공사 수주가 많았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사실상 중단됐으나 아파트 지을 땅마저 확보하고 있지 못해서다.
3일 한국주택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 공동주택용지 입찰에서 경기도 지역 개발업체인 D사는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를 제치고 땅을 분양 받았다.
D사가 자회사 4곳을 동원해 입찰해 토지를 낙찰받았다. 실제론 두 회사가 경쟁했지만 D사는 자회사 4곳 때문에 당첨 확률이 6분의 5로 늘었다.
택지지구내 공동주택용지는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추첨을 해 당첨자를 고르는 추첨입찰로 공급된다.
이 때문에 중견사들은 당첨 확률 높이기 위해 자회사를 여러 곳 데리고 입찰에 참가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자회사 중 한 곳이 당첨되면 그 자회사는 땅을 본사에 판다. 택지지구 공동주택용지는 전매가 허용되기 때문에 이같은 벌떼 입찰이 벌어지고 있는 것.
현재 공공택지에서 주택사업을 많이 하는 중견 건설사는 보통 자회사를 10곳 넘게 거느리고 있다. 특히 택지 분양을 많이 받는 H사나 B사의 경우 '입찰용 자회사'가 30곳이 넘는다는 게 건설업계 이야기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LH에 중견사들의 벌떼 입찰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주택협회는 벌떼 입찰을 금지할 수 없으면 대신 택지 전매라도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회사와 함께 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공정거래 위반이라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더욱이 택지 입찰에 1개 업체만 참여하도록 할 경우 새로운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또 택지 전매를 금지하면 LH의 택지 판매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가 스스로 편법 행위를 중단하길 기대한다"며 "자회사를 동원한 입찰이 계속 확대되면 택지 전매 금지는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