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러시아 기업들이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의 결제통화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서구의 경제제재로 달러화 기반 자산동결 조치가 러시아에 가해질 거란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동결은 자산의 이동이나 처분, 사용이 금지되는 것을 말한다.
(사진:신화/뉴시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에 교역과 금융, 에너지 분야에 걸친 3단계 제재를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 홍콩 달러화, 싱가포르 달러화 등 아시아 통화의 사용 비중을 늘리려는 것도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달러화 사용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파벨 테플루킨 도이치방크 지점장은 "지난 몇 주간 러시아 기업들이 무역대금을 지불하면서 위안화를 비롯한 여러 아시아 통화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은행 VTB의 안드레이 코스틴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 규모를 감안할 때, 러시아 루블화와 중국 위안화의 결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은행들의 주요 업무는 달러화 이외의 통화 사용을 늘리는 것"이라며 "우리도 지난 5월부터 이 작업에 착수해 왔다"고 덧붙였다.
서구 은행들은 지난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러시아 은행 SMP뱅크와 인베스트캐피탈뱅크는 지난 4월 비자카드 서비스가 중단됐다.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 결과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비자·마스터카드 등 서구 금융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인 결제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러시아 제조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회사는 매출의 70%가 달러화 수출 대금에서 나온다"면서도 "추가 제재가 가해질 경우를 대비해 계약 통화를 다변화하도록 대비해 뒀다"고 귀띔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의 알렉산더 듀코프 가스부문 CEO는 달러화 외에 결제수단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객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이제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발 경제제재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라는 점에서다.
테플루킨 지점장은 "러시아 기업들이 결제 통화를 다변화할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 리스크를 제거(헷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