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영수 기자] 우리나라의 UAE 원전 수출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세계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향후 잠재수요가 풍부한 중동지역과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점에서도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UAE 원전 수출을 두고 몇 년간 각종 의혹과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온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준 '세월호 사태'와 맞물리면서 '국면전환용이다', '정권의 치적홍보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한국형 원전'의 수출은 원전 후발국가인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국으로서 세계시장에 첫발을 내디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원전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에서 열린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행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박 대통령, 만수르 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 하마디 UAE 원자력공사 사장.(사진=뉴시스) |
환경단체와 반핵단체 등이 제기하는 비판과 의혹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투명한 정책으로 납득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절반가격, 무리한 저가 수주?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첫번째 의혹은 UAE 원전(4기) 수주액 186억달러가 프랑스의 입찰 제안가격(360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무리한 저가 수주라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에너지기후팀장은 "이명박 정부시절 400억달러를 수주했다고 홍보하더니 지금은 프랑스 입찰가격의 절반 수준인 186억달러 규모"라면서 "일각에서는 무리한 저가 수주로 역마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계약주체인 한국전력측은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 수주가 가능했던 이유를 ▲유닛(Unit)공법 ▲공기단축 ▲합리적 이윤 등 크게 3가지라고 설명했다.
유닛공법은 원전을 2기씩 짝지어 건설함으로서 1기씩 건설하는 프랑스에 비해 공통설비 건설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 공사기간도 우리나라 특유의 경쟁력을 발휘해 선진국에 비해 건설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무엇보다 프랑스나 선진국의 건설비용이 독과점을 형성해 오면서 프리미엄, 즉 가격 거품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합리적인 이윤만 취해도 가격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한전 이흥주 UAE사업팀장은 "우리의 건설비용이 싼 게 아니라 프랑스가 너무 비싼 것"이라며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이 원전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설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경우 30년간 원전건설 기술을 발전시켜 오면서 공기를 계속 단축시켜 왔다"면서 "유닛공법이나 공기단축을 통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UAE에 100억달러 금융 지원?
UAE 원전 수출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은 '우리나라가 100억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정부시절 한 여당의원의 폭로로 이미 보도된 바 있다. 특히 당시 수출입은행은 해외투자 규정까지 개정해 가며 금융지원을 추진했지만, UAE측이 거절하면서 중단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대규모 금융지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향후 한전이 원전 운영권을 따낼 경우 운영회사 설립을 위한 소규모 지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 수출지원처 고영래 팀장은 "지난 정부에서 계약 협의 당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지만, 100억달러 금융지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만 "우리가 운영권을 추가적으로 따낼 경우 운영사를 설립하기 위한 자본금 출자가 필요한데, 한전이 자본금의 10% 수준을 출자할 방침"이라면서 "이는 운영사가 우리나라 인력을 최대한 고용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에서도 일부 출자가 필요한데, 몇 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UAE는 원전이 완공되는 2020년 이전에 운영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와 한전은 안정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건설사인 한전측과 운영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설계수명 60년, 가동보증까지 약속?
또 다른 의혹은 설계수명 60년과 함께 가동보증기간을 60년까지 보장해 줬다는 의혹이다. 심지어 사용후 핵연료 처리까지 책임져 주기로 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양이원영 처장은 "원전을 지어주면서 가동보증기간까지 약속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이는 현 정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설계수명 60년'에 대해 서면 계약됐을 뿐, 가동보증기간은 계약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전 이흥주 팀장은 "최근 신규원전은 선진국도 대부분 60년간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면서 "다만 가동보증기간을 약속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핵폐기물 건립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인증 실패?
'UAE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인증을 요구했는데 실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이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인증을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UAE가 요구해서가 아니라 한국형 원전을 세계시장에 팔기 위해서는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서 검증받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형 원전에 대한 인증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면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지난 1월 접수했는데 곧바로 인증에 실패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위원회측에서 한국형 원전에 대한 일부 서류를 보완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2월경 추가로 자료를 제출한 상태"라면서 "현재 인증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UAE 원전 수출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은 원전에 대한 특유의 불신과 정부의 투명하지 못한 정책이 의혹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다 투명한 원전 정책과 한전, 한수원의 대국민 소통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 원전 수출을 '국민전환용'이나 '치적쌓기'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원전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운연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잘못된 계약이 있다면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계약서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세월호 사태의 국면전환용이나 치적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투명하고 신뢰받는 원전정책을 위해 보다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원전 계약은 사업자간 비공개 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