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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삼성-반올림 실무대화 시작..순항의 조건

기사등록 : 2014-06-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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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본격적인 실무대화가 25일 오후 시작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14일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피해 근로자 및 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한 지 42일 만이다.

이 문제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7년 넘게 삼성과 피해 근로자 간 주장이 엇갈리며 해결이 요원했다. 이날 구체적인 논의에 돌입하는 만큼 문제 해결은 사실상 이제 첫 걸음을 떼는 셈이다. 

삼성이 열린 마음가짐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반올림 측도 합당한 보상과 비극의 재발방지라는 측면에서 희망을 품게 돼 긍정적이다. 다만 시작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달 상견례 형식의 두번째 대화에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의 세 가지 대원칙에 양측이 합의했지만 실무대화에서 구체적인 안건을 넣고 빼는 문제는 쉽지않은 문제다. 

시작부터 양측의 기싸움 양상은 엿보인다. 이 문제의 연장선에서 삼성이 관여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는 합의부터 양측이 다른 주장으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반올림 측은 지난 23일 '삼성전자와의 3차 교섭을 앞두고'라는 입장문에서 "삼성이 과연 2차 교섭 자리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약속한 취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진전된 자세를 보이라고 주장했다.

두번째 대화 당시 삼성은 대원칙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집회ㆍ시위와 관련해 피해가족과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ㆍ고발 건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삼성은 이 합의와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관여한 재판이나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일부 사건에 대해 빠른 조치를 취했다. 앞서 권 부회장의 공식 사과 이틀 뒤인 지난달 16일 삼성 측은 "현재 참여 중인 행정소송 4건, 9명에 대한 보조참가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며 "5월15일 법원에 보조참가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반올림 측은 삼성이 에스원 경비요원 등이 개인적으로 제기한 고소의 경우는 회사가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입장문에 밝혔다. 양측이 보상안 마련에 의견차를 좁히면서 집중해야될 시점에 삼성의 진정성이 또다시 의심받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사실 두번째 대화에서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생뚱맞은 이슈가 터져나오며 삐걱거렸다. 재발방지 대책의 연장선에서 노조탄압 등의 발언이 반올림 협상단에서 나오면서 보상안 마련까지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사안은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지난달 30일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노조 이슈가 쟁점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해 일단락됐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실무협상이 파고에 휘말리지 않고 순항할 수 있는 조건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이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재발방지를 위한 각종 작업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상안 마련에만 대화를 집중하면 된다.

피해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오랜 시간 느꼈을 아픔을 삼성이 진심어린 마음으로 어루만지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안이 빠른 시간 내 일부분이라도 합의점을 도출해 내야 다음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상 협의만으로도 그 대상과 규모, 방법 등 양측이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기선제압식 문제제기는 보상안 마련을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7년이라는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 근로자와 그 가족들. 이번 실무대화에서 합당한 보상안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양측의 신뢰는 더 두터워질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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