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30% 뛴 뉴욕증시가 올 들어서도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웠지만 주가를 밀어올린 동력은 월가의 투자자들이 아니라 상장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AP/뉴시스) |
30일(현지시각) LPL 파이낸셜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핵심 매수 주체가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 상장사가 사들인 자사주는 총 5981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기록에 이어 사상 두 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사주 매입은 올해 1분기 오히려 확대됐다. 지난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가 1880억달러에 이른 것.
연초 이후 자사주 매입에 이어 두 번째로 커다란 ‘사자’는 개인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헤지펀드와 외국인 투자자, 연금펀드와 보험사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일제히 순매도를 기록했다.
머니매니저들은 연초 이후 주가가 고점을 높여갔지만 후퇴를 되풀이한 것은 이들 전통적인 매수 기반이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클레인톱 전략가는 “대부분의 주가 매입은 기업 자신들”이라며 “결코 건강한 매수 기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잉여 현금을 자사주 매입이 아닌 다른 투자에 집중하기 시작할 경우 주가 상승 추세가 꺾일 것이라는 경고다.
업계 전문가는 1분기 S&P500 지수 편입 기업의 주당순이익 증가분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사주 매입에 따른 유통주식수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이 스콧 클레몬스 최고투자전략가(CIS)는 “상장사들이 주당순이익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라면 기업들의 자본 할당에 문제가 있는 셈”이라며 “자사주 매입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상 주주 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자사주 매입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지난해 이후 115%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