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적극적인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한 가운데, 국내 증권가 일각에선 이 같은 이슈가 삼성전자 주가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한 최근 잇따르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속에서 외국인들간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지난 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기관들이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나 사내 유보중인 현금 600억달러(약 60조7000억원)을 풀어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은택 SK증권 스트레티지스트는 10일 "개인적으로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배당 확대에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본 소니의 사례를 감안할때 이 같은 이슈만으로도 삼성전자 주가는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소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 5월 소니는 미국 월가 헤지펀드 서드포인트(Third Point Management)로부터 소니엔터의 분사 요구를 받았다. 가전과 엔터를 분사하면 주주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란 논리였다.
이에 대해 소니는 석 달이 지난 지난해 8월 이사회를 통해 서드포인트의 요구를 공식 거부했고 주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분사를 요구했던 5월부터 소니의 거절이 공식화된 8월 석 달간 소니 주가는 무려 35% 급등세를 기록했다. 외국인 주주의 이 같은 요구만으로 단기간 내에 주가가 고공행진을 한 셈이다.<표 참조>
<자료 : SK증권 제공> |
이 스트레티지스트는 "중요한 것은 외국인주주의 요구만으로 주가가 35% 상승했다는 점"이라면서,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지수의 상승분을 감안해도 소니는 두 달간 닛케이225지수를 25%P 아웃퍼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삼성이 배당을 확대하든 안 하든 지금은 삼성전자를 팔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소니 사례처럼 배당 요구 이슈 만으로도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말 이후 삼성전자에 대해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다는 것. 지난해 8월 이후 누적으로 외국인 순매수의 약 40%가 삼성전자 한 종목으로 집중됐다. 실적쇼크가 예상된 올 2분기에도 매수세는 지속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에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7.2조원의 어닝쇼크를 밝혔지만 외국인 러브콜은 이어진다. 기관은 연일 팔자를, 개인은 사자와 팔자를 오가지만 외국인은 개의치 않았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자산운용사 CEO는 "최근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외국인 계좌 중에는 못보던 계좌, 처음 보는 큰 계좌들이 많아졌다는 게 상당수 브로커들의 전언"이라고 귀띔했다. 외국인들간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다는 추정이다.
이 CEO는 "삼성전자에 대해선 성장모멘텀을 추구하는 기관들은 매도를, 가치투자를 하는 기관들은 현금과 밸류에이션을 감안해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도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린 고배당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아직은 배당보단 성장에 집중해야 된다는 이유에서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