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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FTA를 연내 타결하기로 합의하자 정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중국은 인구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인접국가로서 활용도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조업과 농어업 전반에 걸쳐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실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수준'의 FTA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라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적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높은 수준'의 FTA란 개방범위가 넓고 관세철폐 기간이 짧은 것인데 일반적으로 80~90%의 개방도와 5~7년내 관세 철폐를 추구한다.
◆ 중국 현지투자 이미 했는데… 수출효과 '글쎄'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까오 후청(Gao Hucheng)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 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중 통상장관 회담을 갖고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현재 중국의 제조업 관세율은 평균 8~9%, 자동차는 22.5% 수준으로서 드러난 수치만으로는 관세인하 효과는 자동차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자동차는 연간 중국 수출량이 약 10만대에 불과하고, 중국 현지 생산량이 연간 180만대에 이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대부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FTA 체결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관세 이외에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인접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FTA 협정을 맺지 못해 우리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지 못했다"면서 "우리기업의 중국투자가 상당히 이뤄진 상황이어서 때 늦은 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중국 "쌀 빼고 전부 개방해라" 전방위 압박
우리 정부의 또 다른 고민은 중국의 농산물 개방 요구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가 쌀을 제외한 농산물 전반에 걸쳐 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쌀시장은 FTA 협상에서 논외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과일과 채소, 어류 등이 대부분의 품목에서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이 월등해 개방범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11차례의 협상에서 이견을 크게 좁히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제조업과 농업 간 큰 폭의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제조업의 수출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대로 중국이 원하는 것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측은 대중 제조업 시장개방을, 중측은 우리측 농수산물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 이라고 전했다.
◆ 농어업 피해대책 '속수무책'…농가는 한숨만
▲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쌀시장 개방과 FTA 체결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
농어업 피해대책을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도 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 외에 마땅히 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 외에 사실상 특별한 지원책이 없다"면서 "한중 FTA가 타결되면 협상내용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도 "정부가 FTA를 체결할 때마다 농업지원책을 발표했지만, 농민들이 체감하는 정책도 없고 제대로 이뤄진 것도 없다"면서 "과연 정부가 농업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통상업무가 산업부로 일원화되면서 FTA 국내대책 업무가 기획재정부에서 산업부로 이관됐다. 이후 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재정 확보가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피해대책 관련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기재부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설득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라며 "오히려 기재부가 맡고 있을 때가 재정확보는 더 수월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