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증시 침체로 국내 증권업계는 어느 한 군데도 상반기 이익이 1000억원대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2분기는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이 반영된 '실적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비용절감과 금리하락 등으로 수익성 회복의 기대감을 키우는 기점으로 평가된다.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개별 증권사들의 발전전략이 수익성을 더 많이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 상반기 순익 1000억원 넘는곳 한 군데도 없어...'2분기가 실적 저점'
15일 애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가장 큰 증권사는 KDB대우증권으로 약 920억원 내외로 추정됐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460억원 수준의 이익을 내는 셈이다.
한국금융지주는 890억원 내외, 그 다음이 미래에셋증권이 810억원으로 1분기 450억원에 비해 조금 낮은 수준인 360억원의 이익을 2분기에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이 1분기 410억원에 이어 2분기에는 인력조정에 따른 비용으로 대폭 줄어든 50억원만 이익을 내 상반기에 460억원의 순이익을, 비슷한 입장인 우리투자증권은 상반기 110억원 이익에 하반기 250억원 손실로 148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구조조정 비용을 완충하는 의미에서 거래소 지분 등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처분해서 이익관리할 여지는 많이 남아있다. 특히 우투의 경우 거래소 지분의 일부를 처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키움은 1분기 110억원에서 2분기는 140억원으로 늘어나 상반기에 총 250억원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실적이 이 같은 컨센서스를 조금은 상회 또는 하회하는 것으로 애널리스트마다 시각이 다소 차이가 난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이 구조조정 비용의 반영 등으로 저점을 형성한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라는 점에서는 예외를 찾기가 어렵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도개선과 규제완화, 비용절감, 금리하락 등의 요인으로 올해와 내년도 순이익 전망을 상향조정한다"고 말했다.
제도개선과 규제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요할 수도 있어 증권업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실적개선은 비용절감과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에 더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익구조에서 전체이익의 60%수준을 차지하는 수수료부분이 기저를 형성하면서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이 수익개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우투나 한투, 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이 종합금융투자사업을 위해 대량 증자한 이후 이를 대부분 채권에 편입하고 회사채 총액인수와 ELS등이 인기를 끈 결과다.
최근 대우증권, 우투, 한투과 삼성증권, 신한금투 등의 채권보유량은 각각 약 14.8조원, 13.9조원, 11.8조원, 11.7조원 및 11조원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
앞의 유 연구원은 "금리하락은 증권사들의 채권부문 이익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금융업종내에서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하반기 수익개선을 금리흐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 장기적인 수익개선은 '발전전략'에 의존
증권사의 ROE는 지난 2005년 2%로 정점을 도달한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해 급기야 지난해 2013년에는 1098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수익구조를 보면 수수료수익은 2007년 9조3000억원의 고점을 지난후 글로벌금융위기와 함게 위탁매매와 펀드판매 수수료가 급감하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매매손익규모는 2000년대까지 수수료수익의 10% 미만의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2009년 이후 채권매매 및 평가익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수수료 수익의 절반수준에 이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하반기 이후 이익개선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앞으로 수수료 확대가 용이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시현된 채권평가이익이 손실로 전환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손상호 선임연구위원은 "경기회복으로 증시가 활성화되는 등의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수수료수익의 증대가 어렵고 자기매매수익의 급락가능성 등으로 당분간은 회복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장기적으로는 증권사 개별의 발전전략이 더 수익성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증권사, 국내중형사, 소형사의 3원체제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 우선 글로벌증권사는 해외진출을 통해 내국인의 글로벌 자산관리와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담당하는 외연확대가 중요해진다.
반면 국내중형사는 IB와 자산관리, 위탁매매업무 중 일부에 전문화해 비교우위를 발휘하고 소형사는 IB나 자산과니업무의 세부내용 중 하나에 특화하고 전문성을 발휘해 독점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국내증권업은 차별화와 전문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준경쟁상태에서 벗어나 독점적 경쟁을 통한 독점적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점적 이익을 창출하면서 최종적으로는 글로벌증권사, 국내중형사, 소형사의 3원체제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