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글로벌 기조에 맞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서도 달러화 자산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11조6736억달러(약 1경2259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늘면서 자산 다변화의 필요성이 대두했고 달러화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가 약화한 달러화의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가치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 "글로벌 외환보유액 달러화 비중, 10~15% 감소 예상"
글로벌 중앙은행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곳간에 점점 더 많은 외화자산을 쌓아두는 추세다. 특히, 아시아 중앙은행들 외환보유액은 7조4700억달러 수준으로 11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달(6월) 만 해도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의 외환보유액이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특히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1위로 이미 4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기자> |
피터 조엘너 국제결제은행(BIS) 은행부문 국장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외화자산 중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지금보다 10~15%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달러화를 제외하면 세계 각국이 위안화의 보유지분을 확대하고 있어 위안화의 비중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위안화를 비롯해 새로운 기축 통화의 부상을 기대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실현하기 위해 런던에 위안화청산거래소 설치하고 RQFII(위안화 적격 해외기관투자자) 한도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부펀드에 위안화를 편입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5%를 위안화로 투자하기로 했고 나이지리아는 10%까지 늘리기로 했다. 370억달러 규모의 아제르바이잔 국부펀드는 올해 달러화 이외 통화투자 비중을 1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중 5%에 해당하는 18억달러를 위안화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 韓, 외환보유액 달러 비중 '58.3%'…글로벌 평균 하회
한국은행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며 달러화 비중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한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50%대로 떨어져 지난해 기준으로는 58.3%로 집계됐다.
채선병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도별로 보면 (외환보유액에서) 미 달러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 위기 이전까지 포함하면 많이 줄어들었으나 최근 몇 년간은 크게 차이가 없었고 한국도 이러한 추세와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외화보유액 구성요소(단위:%,%p)<자료=한국은행> |
지난 2월 한은의 국회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미 달러화, 유로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 위주로 구성하되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안화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자산구성 및 운용 전략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이같은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채 원장은 방향성은 제시하되 구체적인 투자 통화 비중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현재 58% 가량의 미 달러화 자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미국채로 추정된다는 정도만 밝힐 수 있다"며 "위안화 투자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흥통화 자산으로 운용하는 시장이 커지면 절대적인 비중이 늘어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