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신흥국 및 프런티어 국가들의 국채 발행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저금리로 전반적인 국채 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고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국채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신흥국 국채 발행 규모 추이. [자료 : Financial Times] |
20일(현지시각)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흥국들의 국채 발행 규모는 총 694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무려 54%나 높아졌다.
멕시코는 84억달러로 신흥국 중 국채 발행 규모가 가장 컸다. 아시아에서는 터키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53억달러어치의 국채를 발행했다.
동유럽지역 국가들의 국채 발행도 올해 매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슬로베니아와 폴란드가 각각 62억달러, 46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했으며, 헝가리, 라트비아, 슬로바키아도 26억~3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기조가 형성된데다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국채수익률이 하락 압박을 받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신흥국들도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국채 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과거 금융위기를 겪었던 국가들도 국채시장으로 속속 귀환하고 있다. 유로존 부채 위기의 시발점이었던 그리스는 지난 4월 200억유로 규모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규제금융 사태를 겪었던 키프로스도 약 1년 만에 국채시장으로 되돌아왔다.
남미의 에콰도르도 20억달러 규모의 신규 국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에콰도르의 국채 발행은 지난 2008년 32억달러 규모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이후 처음이다.
아프리카 프런티어국가들도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 덕택에 국채 발행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케냐는 아프리카 국가 중 역대 최대인 2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당초 계획한 발행 규모 5억달러보다 주문 수요가 4배에 이른 까닭이다. 모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이보다 앞서 국채를 발행했으며,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국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신흥국 국채시장 호황은 현재 선진국의 금리 기조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 선진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에 신흥국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도 금리인상 시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신흥국 국채발행이 크게 늘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지 않은 규모다. 상반기 선진국의 국채 발행 규모는 총 1576억달러로 신흥국의 두 배를 웃돌았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