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원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자 해외 전문가들은 이번 인하 결정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쪽에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독일 금융시장전문 매체인 MNI 등 주요 외신들은 금리 인하 이후 해당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강세를 유지한 것에 주목하며 그 배경에 큰 관심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 1년 추이[출처:네이버] |
바클레이즈 전략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을 염두에 두고 "(시장) 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일회성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이미 막대한 상황에서 저금리를 지나치게 오래 유지한다면 정책위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일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은 한은이 내년 1분기 말부터 금리인상 사이클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두 차례로 예상되는 내년 금리 인상 결정 중 두 번째는 내년 3분기 초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수 주 동안 1020~1040원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고, 1020원 아래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기 여건이 개선되고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 환율은 6개월 내로 1010원대까지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모간스탠리 전략가인 지오프 켄드릭과 제시카 량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은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로 주식시장 자금 유입이 활발해질 수 있겠지만 채권으로의 유입은 다소 더딜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등이 한국 채권시장 주요 투자자인데, 이들은 단기보다는 중장기 경제 및 통화 전망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켄드릭과 량은 원·달러 환율이 이전 저점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은 한은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들은 한은 성명서가 "6월 성명서보다 약간 더 비둘기파(dovish·금리약세론적) 성향이었다"며 원·달러 환율은 향후 몇 개월에 걸쳐 101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FT는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 발표에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한은의 독립성에 의구심을 들게 했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즈 외환전략가 쿤 초우는 "원·달러 환율이 한국 경제와 상당히 복잡한 관계"라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감안하면 원화가 평가절하된 상황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또 그렇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한은 금리결정에 앞선 며칠 동안 원화 가치는 1.5% 정도 올랐지만 7월 전체로 보면 약세를 보였다며, 그 기간 달러는 강세를 보였음에 주목했다.
초우는 미국의 소매판매 지표가 다소 부진했는데 "달러 롱 포지션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에게 한국 원화가 매력적인 옵션이 됐다"며 원화 강세의 부분적 배경일 수 있음을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