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이건호 KB국민은행장(사진)은 28일 주전산기교체 갈등과 관계된 임직원 3명의 검찰 고발과 관련, "지난 금요일(22일) 새벽에 (금감원)제재심의위원회 결론이 나자마자 고발한다고 해서 변호사들에게 작업을 시켰다. 그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며칠 걸렸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범죄행위에 대해 고발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그래야 조직의 기강이 살고 조직이 굴러간다. 화합은 그다음이고 전혀 다른 이슈"라며 "지난 5월 이사회에서 해야 했을 일이 미뤄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원래 5월 이사회에서 관련 임직원들을 고발하려 했지만, 당시 이사회에서 유닉스로의 주전산기 교체에 따른 잠재적 위험요인 누락의 내부감사 결과에 대해 보고를 거부했고, 금융감독원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데도 시간이 걸려 이제야 고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제재심에 대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최종 결정이 아직 안 나왔다는 지적에는 "문제가 된 사람들이 보고서를 조작하고 허위보고를 한 것은 맞는다는 결론은 나왔다. 그 결론이 바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조직 걱정이 많다고 하자 "저도 이것저것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실수와 범죄는 다르다. 그리고 범죄라는 것도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하면 은행의 존망이 걸린 주전산기 이슈"라며 "직원들이 주전산기에 대해 허위보고를 하고 조작을 했다. 그것도 성능검증 결과 문제가 있다는 것을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보고서로) 의사결정을 잘못 내려 내년에라도 전산시스템이 셧다운 되면 어떻게 하느냐, 은행이 정말 망한다"며 "은행이 망하면 우리 직원들은 어디를 가고, 국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손해며 혼란이냐"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또, "(지주와의) 화합이라는 것 때문에 범죄를 덮고 갈 수 없다"며 "은행장으로서 범죄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는데 어떻게 고발을 안 하고 덮고 갈 수가 있느냐, 뭘 갖고 범죄 덮는 것을 정당화하겠느냐"고 힘줘 말했다.
지난 22일 1박 2일로 KB금융 전 계열사 대표 및 임원들과 떠난 템플스테이 현장의 잡음에 대해서는 "첫날 일정은 다 마쳤고 취침할 때 개인 사정이 있어 먼저 온 것은 맞다. 하지만 거기에 그리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방 잡는 게 문제가 되겠느냐, 개인 사정까지 일일이 설명을 하기는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이 행장은 템플스테이 첫날 취침시간 때쯤 잠자리 배정을 놓고 화합차원에 떠난 취지와 달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게만 독방이 배정되고 나머지 모든 참가자에게 다른 한 방을 주자 불만을 표시하고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은 이 행장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직접 설득했다고 KB지주 측은 설명했다.
향후 전산기교체 문제를 다룰 이사회 시점을 두고는 "이사들과 협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이사들과 전산기 관련한 의사결정을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주말이 지나고 다음주 중에라도 이사들과 협의를 해서 최대한 빨리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지난 27일 2박 3일 일정으로 미얀마 출장길에 올랐다. 이에 앞서 26일에는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주전산기 교체 갈등과 관련해 KB금융지주 김재열 전무(최고정보책임자)와 문윤호 IT기획부장, 국민은행 조근철 상무(IT본부장) 등 3명을 위계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