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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家 형제분쟁] 재기 나선 박삼구, 또다시 발목잡히나

기사등록 : 2014-09-0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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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형제간 고소고발..경영 실패 꼬리표 여전해

[뉴스핌=이강혁 기자] "연봉은 1원만 받겠다.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금호산업 지분도 모두 내놓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3년 7개월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경영복귀의 변을 통해 강력한 재기 의사를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박삼구 회장의 이런 발언은 그가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이후 47년간 걸어온 경영인생에서 마지막 승부수로 받아들여졌다. 채권단에서도 박삼구 회장의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의 재기는 여전히 만만치 않아 보인다. 금호산업을 워크아웃에 빠뜨린 장본인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붙고 있는데다 동생인 박삼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갈등은 잊을만 하면 법적분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을 기업어음(CP) 손실 문제와 관련해 검찰에 고소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LIG그룹 등 사례로 볼때 CP와 관련된 배임사건의 경우 법원이 엄중한 판결을 내리는 추세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왼쪽부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묵은 갈등인줄 알았는데..형제분쟁 여전히 '활활'

금호가의 형제분쟁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에 인수한 대우건설이 무리한 인수 후유증을 겪으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 인수 3년만에 그룹 전반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형제간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형인 박삼구 회장의 책임을 주장하며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였고, 박삼구 회장은 동생을 금호석유화학 대표에서 해임하기도 했다. 부실경영의 책임과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분쟁이 본격화된 순간이다.

이후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 추진에 돌입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상환 책임을 지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분쟁 상황에서 그룹이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렌터카는 KT로, 금호생명과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PEF에 넘겼다. 2011년에는 대한통운을 CJ그룹에 공개매각하기도 했다.
 
형제분쟁에 대한 나름의 정리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했다. 금호그룹과 경영정상화 절차에 합의한 이후 박찬구 회장에게 금호석유화학을 맡기면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그룹 주력을 양분해 경영하는 모양새를 갖췄던 것이다.

그러나 계열사간 지분율 문제로 현재까지 완전한 계열분리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결국 크고 작은 소송전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갈등은 2009년만큼이나 격화된 상태다.

단적으로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 가 하면,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넘기라면서 소송전에 돌입했다.

올 초에는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 복귀하자 금호석유화학은 이를 무효화하라며 가처분과 본안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밖에도 양측은 금호 상호와 CI인 날개 마크를 둘러싸고 사용료 소송을 진행 중이고,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낸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박찬구 회장은 이같은 분쟁과 관련해 "형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며 "형이 먼저 검찰에 손을 댔다(2011년 4월 박찬구 회장의 비자금 조성혐의 수사). 형이 직접 지휘했는데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할 수 없다"고 분쟁종식이 요원하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부실책임에 경영권 분리 의견 엇박자..박삼구 노력 물거품 위기

박삼구 회장은 재기를 위해 복귀 이후 분주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요 일정에서도 거의 빠짐없이 참석 중이다. 특히 글로벌 핵심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시장 개척에도 사실상 재계 선봉에 서있다.

박삼구 회장은 최근 중국 충칭에서 개최된 한중 재계회의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함께 국내 재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박삼구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포스트 시진핑'으로 불리는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를 면담하는 등 적극적인 대중국 비즈니스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이런 재기 노력이 형제분쟁 격화로 상당부분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 중이다. 형제분쟁이 불씨가 되면서 금호그룹 부실경영 책임론이 잊을만 하면 부상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영에 실패한 총수라는 꼬리표는 형제간 다툼이 불거질 때마다 이슈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박찬구 회장은 최근 박삼구 회장에 대해 지난 2009년 12월 재무구조가 악화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기업어음(CP) 4200억원어치를 계열사들이 사들이게 해 손실을 끼쳤다며 배임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고소사건이 본격화되면 박삼구 회장에게는 경영행보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IG그룹의 CP사건 등 CP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지는 추세와 맞물려 박삼구 회장 또한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CP사건과 관련,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그의 두 아들인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이 선고된 바 있다.  아울러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검찰로부터 징역 15년을 구형받고 선고공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최근 사기성 CP 발행 관련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와 관련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금호가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금호 형제분쟁은 결과적으로 금호석유화학의 완전한 분리독립이 하나의 중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이 가진 12.61%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처리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상호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주식과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완전 매각해 계열분리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박삼구 회장은 2011년 11월 자신과 자녀들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완전 매각했다.

반면 박찬구 회장은 2010년 2월 이후 석유화학계열을 분리·독립경영 하고 있으나 그 동안 수 차례 채권단의 주식매각 합의이행 요청에도 불구하고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금호그룹의 한 관계사 인사는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은 사실상 분리경영을 하고 있으나 경영권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 완전한 독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과의 갈등이 더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삼구 회장은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삼남이고 박찬구 회장은 4남이다. 박삼구 회장은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경영을 돕고 있고, 박찬구 회장은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보필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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