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고종민 기자] 금호타이어가 '미국 조지아공장' 건설 프로젝트 재추진과정에서 채권단의 승인을 받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권단은 이에 대한 정확한 검증절차 없이 4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승인해, 부실한 심사를 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에 제출한 'KTGA(금호타이어 해외법인) 투자타당성 검토 '보고서에는 현대기아차 임원이 어느 공장이든 먼저 진출하는 업체에 우선적인 시장점유율(M/S)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 내용은 채권단 간에 해외투자의 논란을 잠재우고 승인을 받게 만든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에서 작성하고 채권단에 발송한 '금호타이어 제14차 운영위원회 부의안건 검토' 중 내용에는 "한국타이어가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현지공장 건설을 착수하고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공장 보유기업에 납품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며 "북미지역 신차용 타이어(OE) 시장 잠식이 예상된다"고 기재됐다.
이에 현대기아차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현대기아차 측은 "자동차 부품의 구매는 시장상황·가격·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며 "사전에 특정기업에 대한 구매나 약정의 의사표현은 있을 수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이어 "현대기아차의 우선 물량 배정에 대해 검토한 바도 없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해외투자승인 필요성 중 '현대기아차의 우선 물량 배정'이 가장 큰 핵심 사안이라는 답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는 없었다"며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실사 계획이 9월부터 예정됐으나 실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채권단은 6월에 해외투자를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중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국책은행)이 주도적으로 해외투자 승인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총 1조7000억원 중 83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무리한 부실 투자로 이어질 경우 국부 유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김 의원 측 설명이다.
또 자금조달방법도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투자 소요자금은 금호타이어 회사 내부 유보금으로 우선 집행(약900억원)한다. 향후 미국 조지아 공장 투자 및 중국 남경공장 이전(2015년 추진 예정)등을 추진하기 위해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외부자금 조달 등 후속 조치 마련을 추진한다는 계획만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주 의원은 "워크아웃 졸업 실사도 시작하지 않은 기업을 상대로 4000억원 규모의 투자승인을 체결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부실한 해외투자로 인해 기업과 근로자들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호타이어의 해외투자 건은 채권단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과 투자타당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측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중점사업으로 해외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