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주전산기교체 갈등과 관련 금융감독원에서 중징계를 맞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 주목받고 있는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도 일단 금융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다른 판단'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일 KB금융지주 A 사외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 회장의 거취 문제 등과 관련, "금융위 공식적인 의결이 나와봐야 이사회도 공식적으로 의논을 할 것"이라며 "아직 이사회 일정을 통보받은 것이 없고 논의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경재 이사회 의장의 입장과도 같다. 이 의장은 전날 임 회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거취는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금융위 최종 의결은 나와 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외이사 일각에서는 금융위에서 임 회장의 중징계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확인된다.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위 의결을 한번 더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B 사외이사는 "전날 얻은 교훈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행장이 나간 상황에서 회장까지는 나가는 게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금융위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기대는 금융권에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는 두 수장 모두 사퇴할 경우의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여론 추이는 소명절차 등을 거치면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위가 최 원장의 결정을 또다시 뒤집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제제 수위가 사전통보된 중징계에서 제재심에서 경징계로 바뀌었다. 최 원장의 결정으로 다시 중징계로 변경돼 이미 많은 혼란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금감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금융위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1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어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KB금융 사외이사들도 금융위 의결과 상관없이 임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 자체의 무거움을 인식하고 있다. 앞의 A사외이사는 "금감원의 중징계 자체가 CEO에게는 엄청난 타격"이라며 "금감원은 둘 다 물러나기를 바라는 것인데, 임 회장이 상당히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향후 이사회 일정과 관련, "아직 이사회 일정은 잡힌 게 없지만, 이사회는 일이 발생하면 금방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즉시 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시사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통해 "KB금융의 경영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금융위 전체회의를 개최하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르면 오는12일 임시 금융위 전체회의가 소집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