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경제의 축에 해당하는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전통적인 기능과 다른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에 이어 유럽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단행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배드뱅크의 모습을 취하는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 국부펀드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출처:AP/뉴시스] |
9일(현지시각) ECB의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위르겐 스타크는 ECB가 제로 수준의 금리와 함께 자산 매입에 나선 데 대해 배드뱅크를 자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 회의에서 ECB는 기준금리를 0.05%로 끌어내린 한편 자산담보부증권(ABS) 매입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차단하는 한편 재차 침체로 빠져드는 실물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스타크는 독일 경제 일간지 한델스 브라트의 기고를 통해 “ECB가 ABS 매입으로 인해 대차대조표 상 커다란 리스크를 떠안게 될 것”이라며 “ABS의 자산 가치와 무관하게 ECB는 유로존의 배드뱅크로 전락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ECB의 금리 인상 및 자산 매입이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데 목적을 둔 것이지만 스타크는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는 회의 후 독일과 프랑스에 ABS의 일부 자산에 대해 정부 보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양국은 이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 연준이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한편 4조5000억달러에 달한 대차대조표를 서둘러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한 것은 물론이고 중앙은행을 국부펀드와 흡사한 기관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시마 글로벌 리서치의 데이비드 말패스 대표는 “연준과 정부는 4조5000억달러 규모로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상당 기간 현 수준에서 유지할 움직임”이라며 “연준이 보유한 대규모 자산이 반영구적인 정부 주도 투자 펀드로 형질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연준의 자산이 미국판 국부펀드의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또 연준이 포트폴리오를 축소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한편 자산 운용이 아니라 전통적인 통화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