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등 정부의 잇따른 증세 발표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터져 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국민 반발이 이어지자 이를 의식한 충고로 보는 시각도 있고 당내 역학 구도에 따른 작심 발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말은 만날 '증세 안 한다'고 하면서 2500원 하던 담뱃값을 하루아침에 4500원으로 올린다고 그러면 국민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정부의 정책도 포퓰리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담뱃세 인상이 국민건강을 위해 해야 한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해야지 왜 경제부처 장관이 담뱃세 인상 문제를 주도하느냐"며 "증세가 아니라고 하면서 담뱃세 인상을 발표하자마자 왜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동시에 발표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재정이 어려우면 결국 서민들 주머니만 짜겠다는 이야기"라며 "행정적 비용이나 정치적 비용을 줄이는 대안은 없고 급한 대로 거두기 쉬운 국민들 주머니만 터는 정책만 발표하면 결국 민심이 어디로 가겠느냐"고 경고했다.
원유철 의원은 "정부는 증세가 필요하다면 지금처럼 눈 가리고 아웅식이 아니라 절차와 과정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서민의 부담은 가급적 줄이고 소득이 많은 국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과세의 원칙에 맞게 조세 형평성을 충족하고 소득재분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심재철 의원도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정부는 공짜복지는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알게 해줬으면 한다"며 "이제는 재정적자와 증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무상시리즈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재오 중진의원이 쓴소리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 센터장은 "증세에 대한 유권자의 비판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당 내 의원들"이라며 "증세가 정부 정책의 성과를 달성하는데 효과를 내기는 하겠지만 그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은 다음 선거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집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세금 문제는 선거에서 가장 핫한 소재라 시간이 지나더라도 주요 쟁점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중의 기억이 되살아날 것이고 야당이 주요 공격 포인트로 삼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작심발언을 한 인사들이 대부분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친박 경제수장에 견제구를 던지고 당내 위상을 올리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신망을 받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공약과 달라지고 서민에 부담이 되는 방식으로 가자 소위 비박계 사람들이 그에 대한 견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당내 위상 굳히기 측면도 있다"며 "그동안 황우여 대표 체제에서 여당이 국정을 이끌어 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 기회에 여당은 여당대로 자율성을 갖고 국정을 논하겠다고 정부에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