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오히려 서방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방국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 기업과 주요 인물들에 대한 금융거래 제한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제재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서방 기업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마켓워치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기업 로즈네프트와 공동으로 러시아 북극해 유전을 개발해왔던 미국의 엑손모빌은 이 지역 원유시추 작업을 점차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엑손모빌은 미 재무부로부터 이 지역에 대한 단기적인 탐사활동은 보장받았지만, 장기적인 사업 추진에 대한 승인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로즈네프트가 서방국의 제재 대상 기업 리스트에 오르면서 엑손모빌의 합작 사업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
로즈네프트는 지난 7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금융제재 기업 대상에 포함됐으며, 최고경영자(CEO)인 이고르 세친은 지난 4월 발표한 개인제재 대상에 올랐다.
당초 이들이 추진 중이던 북극해 유전 사업은 총 7억달러(약 7286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단일 기업에 대한 제재로는 최대 규모다.
뉴욕의 중개회사인 프라임 엑시큐션의 크리스 케튼만 에너지 전략 담당자는 “엑손모빌이 작업을 중단하라고 요구받은 시한을 8일 앞두고 7억달러 규모의 작업이 일시 중단했다”며 “아마도 내년 초까지는 작업이 중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해외 기업들도 조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체코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슈코다는 러시아 공장의 생산을 2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EU의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 내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슈코다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지난 7월 기준 4.2%를 기록해 1년 전의 3.1%보다 1.1%p(포인트) 증가한 상태였다.
러시아에 공장을 둔 독일의 오펠 자동차도 지난 9일 생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 금융업체들의 철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서 철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랙스톤은 현지 사무소는 두지 않은 채 ING 러시아법인의 드미트리 쿠샤에프 전 투자은행 대표를 영입했지만 이번에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블랙스톤이 러시아에 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블랙스톤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만 회장은 3년 전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직접투자 펀드에 국제자문이사로 참여하면서 투자처를 모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