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전세계적으로 회계오류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영국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종목코드: TSCO)는 올 상반기 순익을 2.5억파운드 과대계상했다고 밝혔다. 상업 소득과 비용을 회계상으로 인식하는 시점이 잘못돼 순익이 부풀려졌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앞서 국내에서는 건설업체 한신공영이 지난 5개 사업연도의 사업보고서를 전부 적자로 정정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렇다면 자본시장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는 회계 관련 문제가 없을까. 23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 잡지 'CFO 매거진'에 따르면 찰스 리(Charles M. C. Lee) 스탠포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공정가치(Fair value)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찰스 리 스탠포드대학교 교수 [출처: 스탠포드대학교 경영대학원 홈페이지] |
미국 회계표준위원회(FASB)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공정가치 방식을 회계기준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미국 기업들은 2007년 11월 15일 이후 회계연도부터 시가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타당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 기업의 자산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고, 이를 시의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당시 신용등급으로 '트리플 A(AAA)'를 받던 주택담보증권(MBS)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시가 기준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가는 기본적으로 '할인율(discount rate)'과 관련이 깊다. 어떤 자산의 시가를 측정하려면 그 자산이 미래에 발생시킬 현금흐름을 '적절한 할인율'을 써서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한다.
이 경우 할인율을 얼마로 정할지에 따라 다른 결과값이 나온다. 또 자산의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주관이 개입된다는 문제도 있다.
찰스 리 교수는 "시가 기준을 사용하면 자산의 미래 가치를 예상할 때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생긴다"며 "기업의 객관적 정보를 제공해야 할 재무제표가 그야말로 소설이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부 자산은 거래되는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시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 경우 자산 가치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작성자의 판단이 개입돼 가치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
리 교수는 "재무제표는 기업의 과거 재무 활동에 대한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시가 기준을 무리하게 도입한다면 회계사는 (기업의) 과거를 기록하는 역사가가 아니라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점쟁이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연말 런던 회계학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던 중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고 싶으면 기업 재무제표에서 시가 기준으로 된 정보를 보지 않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