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이 3조원대 후반까지 낮춰지면서 삼성그룹 전반에 잿빛의 암울한 기운이 감돈다. 그룹 주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잔치가 끝난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26일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 대화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여실히 느껴졌다. 특히 한 사업부의 관계자는 "입사 14년 동안 매년, 매순간 위기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요즘은 진짜 위기라는 인식이 전사에 퍼져 있는 것 같다"면서 "삼성의 스마트폰이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일각의 지적까지 나오자 가족들도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삼성그룹 매출 비중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삼성전자의 실적 약화 현상은 삼성맨이라면 당연히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구름골'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흡연구역 등 임직원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삼성전자 실적에 관련한 얘기가 화두다. 이와 관련, 그룹 관계자는 "증권가의 전망이 다소 지나친 감은 있다고 생각하나 위기라고 할만큼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맞다"며 우려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도 "쉽지 않다"는 짧막한 대답으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어닝쇼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가 비정상적인 특수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올 3분기 실적 부진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 내부 일각에서는 3분기 상황이 좋지 못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로 수렁이 깊을지 몰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의 시선은 더 냉정하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매달 한 두차례씩 경쟁하듯 낮춰잡고 있다. 최근에는 3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점치는 증권사도 나왔다. 7월만 하더라도 3분기 영업이익 7조원대 전망이 우세했으나 8월과 9월 초에 각각 1조원 이상씩 줄어든 전망치가 나오면서 4조~5조원대는 이제 대세화됐다.
이달 중순을 넘어서면서는 상황이 더 안좋아졌다. 10월 초(둘째주 예상) 있을 3분기 실적잠정치 발표가 임박해지자 3조원 후반대를 가이던스하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동양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3조9000억원대로 하향조정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심화 현상에다 환율 여파까지 고스란히 삼성전자 실적에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실적 약화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4분기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신제품 효과를 볼만한 것이 갤럭시노트4 말고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상반기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주력인 갤럭시 S시리즈가 무엇보다 잘돼야 하는데 올해 갤럭시S5는 기대만큼 빛을 발하지 못했다"며 "현재로써는 무조건 갤럭시노트4가 잘되야 한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처럼 현재 분위기는 좋지 않으나 만나는 삼성 내부 관계자 대부분은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상황반전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근무했던 삼성 내부의 한 관계자는 "위기론에 일부 공감하지만 임직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삼성이 이대로 주저앉게 그냥 놔두지 않는다"면서 "시장의 구조적인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문제가 있지만 지나친 우려는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사장)이 지난 24일 갤럭시노트4 국내 출시 행사에서 "경영실적이 일시적으로 나빠진 것은 사실이나 기본적인 기술혁신과 기초체력이 탄탄해 빠른 시일 내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과 비슷한 반응이다.
이와 관련,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응은 아니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올해의 슬로건인 '마하경영'을 설명하며 "그림을 크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실적 개선을 위해 전략을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고 글로벌 각 지역에서도 맞춤전략을 강하게 펼치고 있어서 실적 약화 흐름은 멀지 않아 개선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상당한 속도감으로 진행된 마하경영 실천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크게 보면 과도기적인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은 올해 들어 재계가 깜짝 놀란만큼 빠른 의사결정으로 각 계열사의 사업과 지분구조를 광범위하게 개편했다. 이건희 회장의 병세에 따라 후계구도와 연관짓는 시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으나 삼성이 그만큼 철저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기존 보수적인 인수합병(M&A) 기조도 확 바꿨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미래 먹을거리로 낙점한 스마트홈과 의료·헬스 분야 등에서는 공격적인 M&A가 진행되며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각 계열사가 인력을 현장중심으로 재배치 하는 것도 인재운용 기조를 새롭게 짜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 관계자는 "마하경영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그 성과는 올해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고 사업과 제품 모두에서 체질을 바꾸는 혁신활동이 한층 더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