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홍콩발 악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곳곳에서 출렁이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홍콩 시위가 장기적인 리스크로 확대돼 또 다른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인상, 우크라이나와 중동 사태, 유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세계경제 위기의 불씨가 곳곳에 잠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사태가 자칫 대규모 글로벌 위기의 도화선이 되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 홍콩 경제 '직격타' 불가피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 [출처: CNBC] |
29일(현지시각)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시위대의 도로 점거 등으로 홍콩 내 17개 은행들의 사무소 29개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블랙록과 같은 일부 기업들은 사무소 문은 열었지만 직원들 일부를 귀가조치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HKMA가 시장 정상화를 위한 비상계획 가동에 들어갔지만 홍콩증시는 이날 2% 가량 폭락했으며 홍콩달러는 6개월래 최저치를 찍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 아서 라우는 "홍콩 달러가 상당히 취약하다"며 다만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戶港通) 제도 실시를 앞둔 기대감에 따른 자금 유입세는 여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IG마켓츠 소속 라이언 황은 홍콩 시위로 소매업체와 관광업체들을 비롯한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곧 국경절 연휴가 시작되는데 (시위로 인해) 홍콩 관광객 수가 줄게 되면 이들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 황금연휴에는 대개 홍콩을 찾는 중국 관광객수가 급증하는 데 시위 사태로 관광객 발걸음이 끊어지면 귀금속이나 명품 소매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주장이다.
PNC파이낸셜그룹 선임 국제이코노미스트 빌 아담스는 "이 경우 관련 주식은 물론 넓게는 아시아 주식시장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미국 증시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 전문가들 "단기 악재에 불과"
그러나 전문가들 상당수는 홍콩 시위가 글로벌 경제의 '빅리스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홍콩 시위 사태의 여파가 확산되는 것은 중국 당국도 기피하는 상황인 만큼 사태를 길게 끌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홍콩 사태로 인한 시장 여파는 단기에 그치고 글로벌 시장 충격파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스케방크 애널리스트 플레밍 니엘슨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 사태가 중국 본토로 확산될 가능성을 중국 당국이 분명 우려하고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연출될 확률은 상당히 낮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웰스파고 수석 국제투자전략가 파울 크리스토퍼는 홍콩이 중국의 중요한 교역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중국 은행들과 기업들이 역외자금을 유치하는 금융 허브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홍콩의 이 같은 입지가 흔들리게 놔두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PNC파이낸셜그룹의 아담스는 "폭력시위로 변질되지 않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시위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미한 영향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 역시 별 문제 아니라는 입장이다. 피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번 시위로 홍콩의 신용등급에 단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인상 불안감, 우크라 사태, 유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위기의 불씨들이 곳곳에 잠재하고 있는 만큼 홍콩이 대규모 글로벌 위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홍콩 시위를 대하는 글로벌 시장의 눈길은 여전히 불안하다.
단기 리스크는 없다던 피치와 S&P 역시 (시위 여파로) 홍콩의 상업 경기가 둔화될 경우에는 글로벌 뱅킹에서부터 보험, 선적, 위안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 장기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홍콩, 세계 경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홍콩은 중국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는 현 홍콩 사태를 상당히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는 홍콩이 무역과 금융, 보험 부문에서 글로벌 파워하우스에 속하는 만큼 시위 사태로 홍콩의 상업 활동들이 타격을 입을 시 다양한 부문에서 여파가 감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홍콩을 통한 교역 규모는 총 9770억달러로 전 세계 교역량의 5.2%를 차지했다.
홍콩은 런던과 뉴욕에 이어 세계 3대 금융 허브이며, 중국으로 가는 외국인직접투자의 주요 통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홍콩은 세계 5위의 외환거래센터이며 위안화 최대 거래소다.
USA투데이는 홍콩 시위 악화로 중국 내 미국 투자 열기가 식을 수 있으며 이 경우 중국 성장률 둔화는 물론 이로 인한 세계 경제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최근 리서치 노트에서 중국이 이번 시위에 무력으로 대응할 경우 여러 국가로부터 무역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NZ 선임 이코노미스트 레이몬드 융은 "이번 시위가 홍콩의 금융 허브 지위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홍콩과 중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 아태지역 담당대표 앤드류 콜쿠혼은 홍콩의 경제 안정과 투자 매력이 흔들릴지 여부를 지켜봐야 하며, 이번 사태를 겪은 중국 당국이 경제 및 구조 개혁들을 잘 진행해 나갈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