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도대체 부행장이나 부사장 하다가 회장이 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참 희한한 논리다. 이 난리를 치고도 숟가락 얻고 싶은 인사들이 많다는 얘기다."(금융권 한 부행장)
KB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내부에서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해 '내부 행장, 외부 회장' 구도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흘러나오고 있다. 외부 회장론의 근거인 '내부 인사 2% 부족론'이 실은 외풍(外風)을 불어넣고 사외이사의 불완전한 자리 모면을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일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숏리스트(예비후보 명단) 발표를 앞두고 '내부 행장과 외부 회장' 구도가 회추위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다.
현재 차기 회장과 행장 겸임 문제는 선임 회장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정리됐는데, 사실상 회추위원들은 분리선임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외부 회장, 내부 행장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 회추위원은 "행장만은 조직을 이끌고 가야 하니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은 다른 사외이사들도 하고 있다"면서도 "회장도 내부에서 오는 게 바람직하지만, 내부에서 회장감으로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외부 회장론의 가장 큰 근거는 내부에서 중량감 있는 후보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회장은 은행만이 아니라 금융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면서 폭넓은 시각에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부 인사들은 그런 면에서 2% 부족하다는 것이다.
KB금융그룹 내부는 이런 시각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차기 회장 선출을 주도하는 사외이사나 'KB사태'를 회장 해임으로 정리한 금융당국에 대한 경계감까지 흘러나오는 형편이다.
국민은행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사외이사들도 자리가 위험한 상황에서 이사들은 차기 회장을 잡고 가고 싶은 상황"이라며 "내부 출신으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조직을 뭉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하게 되면 사외이사들이 외려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반이 없는 외부 출신이 사외이사를 통해 회장으로 선택됐을 때 책임 추궁을 당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KB내분 사태의 후폭풍을 헤쳐나가기 더 쉽다는 주장이다.
외부의 입김을 더 불어넣으려는 방편이라는 맥락에서 '내부인사 2% 부족론'은 금융당국에 대한 경계감으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현재 'KB 대권 레이스'와 관련, 발언 자제에 들어갔지만, 이런저런 루트로 당국의 의중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에서는 "외부 출신 인사가 회장과 행장을 겸임한 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부 개혁을 한 후에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내부 출신 인사로는 채널 간 갈등과 줄서기 등 KB의 고질적인 난맥상이 그대로 노출될 것이란 우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반면 "이사회 책임론은 정치적으로 이사회를 무력화시켜 외부인사를 집어넣으려고 하는 금융당국의 의도"라며 "외부에서 역량 있는 사람이라고 와서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에는 정권 입맛에 맞춰 낙하산들이 내려와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이제는 끊어야 한다. 2%가 부족해도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할 수 있다. KB에 있었던 사람이 그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