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는 국제 유가에 석유 수입과 수출 관련 기업이나 국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석유 주요 수입국인 아시아의 경우 유가 하락은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기업이나 소비자 측면에서 비용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라크 등 주요 수출국들은 재정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바레인 유전지대에 위치한 석유 굴착 장치. [사진 : AP/뉴시스] |
뉴욕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81.78달러까지 밀리며 2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이며, 북해산 브렌트유는 83.89달러로 4년래 최저치까지 하락한 상태다.
WSJ는 글로벌 경기 둔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은 각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더 많이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과 유럽의 수요 둔화를 시사하기도 해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아시아 수출업체들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HSBC홀딩스 이코노미스트 프레드릭 뉴먼은 "유가 하락은 아시아에 양날의 칼"이라며 "글로벌 수요 약화 측면에서는 우려스러운 신호이지만 동시에 많은 아시아 경제에 완충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WSJ는 주요 석유 수입국인 한국을 언급하며 이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년 여래 최저치인 2%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던 점도 부분적으로는 연료비 부담이 줄면서 인플레 견제가 그만큼 수월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서 전자나 자동차 부품 수출기업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유가 하락이 시사하는 글로벌 경기 부진은 수출 기업들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도 유가 하락이 수입비용 감소 측면에서는 반갑지만 중국의 석유 수요 감소로 글로벌 상품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는 등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점에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주요 석유 수입국인 일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유가 하락 자체는 일본 경제에 플러스"라고 밝혔지만 유가 급락으로 BOJ가 내년까지 약속한 2% 물가목표는 달성하기 더 어려워졌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유가 급락에 러시아와 이라크 등 주요 석유 수출국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경우 서방국 제재까지 겹쳐 당장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 메야하는 상황이며,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정신이 없는 이라크도 유가 때문에 중대한 안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수출의 95%를 석유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다급해진 마음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긴급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NYT는 개도국에서의 수요 등이 계속 견실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가가 반등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에너지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석유 수출국들의 재정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