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정부가 국내에서 중국기업의 위안화 채권 발행과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채권 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놨다. 일본의 ‘도쿄 프리본드 마켓’과 같은 사모시장을 국내에 개설하고 동시에 중국기업들이 위안화 채권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서울 금융시장을 홍콩과 싱가포르와 같은 위안화 허브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다.
31일 정부가 발표한 '위안화 거래 활성화 방안'에는 중국기업의 국내 위안화 채권 발행·인수와 관련해 불확실한 요인을 해소해 중국기업의 발행부담을 완화하기 조치들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에 대한 표준사채관리계약서 수정 적용을 인정하고, 외국 기업의 회사채에 대해 국내외 동시 공사모를 허용하는 등 까다로운 외국기업의 발행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표준사채관리 계약서에 따르면 사채 만기상환까지 발행사의 부채비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명시돼 있는데 외국 기업의 경우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고, 위안화 채권이나 김치본드 등은 아직 국내외에서 공모와 사모를 분할해서 발행한 전례가 없어서 이를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의 '도쿄 프리본드마켓' 같은 국제 전문투자자 사모 시장을 개설해 중국 등 외국 기업이 발행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발행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대신 전문투자기관들만 참여하는 시장으로 외국 기업들의 국내 회사채 발행을 촉진할 예정이다.
◆ 정부 "위안화 허브 중심지 도약+국내 채권시장 활성화 기대"
정부는 국내에서 중국기업의 위안화채권 발행이 늘어날 경우, 발행 관련 업무가 국내 증권사로 위탁되는 등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중국채권을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중국공상은행(AAA, 한신평 기준)이 비거주자 중 처음으로 국내시장에서 발행한 1억8000만위안 규모의 2년 만기 위안화 표시 채권은 연 3.7%로 발행됐다. 신용등급과 만기가 비슷한 국내 회사채가 2% 초중반에서 발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높다.
역외에서 채권을 발행하게 되면 중국기업 입장에서는 자국 내 발행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화채권보다 높은 금리에 투자할 수 있는 중국채권이 늘어난다. 이 같은 역외위안화 채권은 RQFII 라이선스가 없이도 바로 투자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국기업의 국내시장 채권 발행이 늘면 국내 금융회사의 대중국 투자 상품 개발 역량이 증진되고, 국내 기업이 수출 무역결제를 통해 얻은 위안화도 국내에서 직접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잔액 <자료=금융위원회 및 관계부처> |
연간 역외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액은 꾸준히 확대되며 2년 반만에 1.6배가량 늘었다(2011년 1120억위안→2014.8월1880억위안). 위안화 표시 발행국도 2011년 20개국에서 2013년 기준 26개국으로 다변화되는 상황이다.
◆ RQFII 제도 개선…공모펀드 中 국채 편입 한도 30%까지 확대
한편, RQFII제도와 관련해서는 정부는 공모펀드의 중국 국채 편입 한도를 현행 10%에서 30%로 늘리는 방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역내 채권투자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판매되다 보니 지역적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국채의 비중을 10% 이내로 한정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활성화 방안을 통해 중국 국채의 편입비중을 OECD 국가 수준인 3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RQFII 투자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들의 외국환 업무범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종합금융투자사사(이하 종금사) 라이선스가 있고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의 경우 외화대출 및 외화RP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